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다고 들썩이던 1990년대 말. 당시 유행한 말 중 하나는 ‘재택(在宅)’이다. 집에서 일하고, 치료와 교육도 받는 세상이 곧 도래하리란 기대가 넘쳤던 것이다. IT와 네트워크의 융합은 원거리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신천지를 열어줄 것이라는 맹목적 믿음이 확산됐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대변혁은 아니지만 변화는 일부 있었다. 대표적인 게 재택근무다. 미국 국립노동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기업 중 63%가 부분적으로라도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34%에서 대폭 증가한 것이다. 화상회의, 동시통화, 컴퓨터 메신저, 모바일 인터넷 등 다양한 통신수단이 등장한 결과다. 사실 재택근무는 장점이 많다. 출퇴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편한 시간에 집중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사무실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집에서 일해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꼭 능률이 오르는 것 같지는 않다. “속옷차림으로 안방에서 건넌방으로 출근하다 보니 일과 가정생활의 구분이 안 돼 비록 집안이어도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일을 한다”고 어떤 재택근무 회사원은 말했다. 조직에 대한 소속감은 물론 조직원과의 연대의식이 옅어지는 것도 문제다. 자칫 딴짓하다 일이 밀리기 일쑤이고, 새로운 기술이나 경향에 둔감해지기 십상이다. 아내나 남편과 24시간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보니 애정이 쌓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택근무의 한계는 특허 출원된 기술을 평가하는 심사관들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특허청의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2009년 124명이나 되던 재택근무 신청 인원이 해마다 줄어 올해는 절반인 66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 IT기업 야후는 재택근무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젊은 여성 CEO인 마리사 메이어(37)는 “회사에 매일 나오든지 아니면 사표를 내든지 선택하라”고 선언했다. 재택근무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 부업에 나서는 등 조직이 부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후는 “소통과 협업의 출발점인 복도나 식당에서의 즉흥적 만남과 토론이 불가능한 이 상황은 결코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종시로 일부 정부부처들이 이전했다. 서울 과천 세종시로 흩어진 정부부처와 사무실 간의 단절은 화상회의로 극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후가 ‘퇴행의 상징’으로 지목한 원거리 근무 시스템이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그런 논리라면 애초에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갈 게 아니라 집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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