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아이 아플 때 직접 병원이라도 데리고 가고, 옆에서 간호를 할 수 있는 전업맘들은 사정이 조금은 나은 편이다.
아이가 아파도 옆에 있어주지 못하고 어린이집이나 남의 손에 맡기고 출근해야 되는 워킹맘들의 가슴은 아프다 못해 미어진다.
아파서 우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나올 때면 “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아픈 아이를 놔두고 밖에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쥐어뜯고 눈물을 훔치곤 한다.
엄마의 이런 힘든 상황을 고려해 아이들이 안 아프고 건강하게 자라주면 좋겠는데 어디 엄마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아이 키우는 동안에 아픈 아이를 들쳐 업고 응급실로 뛰어가 보지 않은 부모가 없을 정도로 아이들은 자라면서 참 많이 아프다.
우리 집 만해도 두 아이들이 2월 내내 돌아가면서 응급실을 들락날락 하는 바람에 애간장을 녹였다.
큰 아이가 수두에 걸려 꼬박 일주일을 어린이집에 못가고 힘들게 하더니 나을 무렵이 되자 작은 아이가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으로 6일간 병원에 입원을 했다.
아이 간호하면서 일하기 너무 힘들어 아이가 퇴원하면 고단함도 끝나겠다 싶어 퇴원 날만 손꼽아 기다렸건만 퇴원하자마자 큰 아이가 계절성 독감 진단을 받아 고열과 기침으로 앓아 누웠다. 열이 좀 떨어진가 싶더니 이제는 작은 아이에게 독감이 옮아 두 아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기침을 하고 해열제를 2시간 간격으로 먹어야만 했다.
누워있는 두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아이들 건강을 너무 신경 안 썼나?’ ‘바쁘다고 대충 먹여서 그런가?’ ‘엄마의 사랑이 부족했나’ ‘너무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서 이렇게 아픈가’ 하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이가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임에도 ‘일하는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화살을 내 자신에게 쏘아댔다.
순간적인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마도 많은 워킹맘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아이가 아프면 안쓰러운 마음에 그 동안 아이에게 못해준 것만 생각하며 내 자신에게 화살들을 있는 힘껏 쏘아댄다. '다 나 때문이라고! 내가 아이 옆에서 잘 챙겨주지 못했기 때문에 아픈 거라고!‘ 외쳐대며 말이다.
이렇다보니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아픔의 후유증이 오래간다.
사실 냉정히 따지고 보면 엄마가 집에 있어도 아플 아이들은 아프다.
일하는 엄마라고 해서 굳이 자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나 역시 아픈 아이들만 계속 보고 있노라니 자꾸 이상한 생각들로 그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온 워킹맘으로서의 내 가치를 떨어뜨릴 것만 같아서 휴대폰으로 찍어 놓은 아이들 사진과 영상들을 보기 시작했다.
어느새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고, 아이들도 곧 훌훌 털고 일어나 사진 속의 활기찬 모습으로 까불거릴 것만 같았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걱정’, ‘근심’의 기운이 아니라 ‘희망’ 과 ‘긍정’의 기운을 넣어주자 마음먹고는 아이들과 재미있는 영상도 보고 이야기 책도 읽어주면서 빨리 독감 이겨내고 밖에서 놀자며 약속을 했다.
‘엄마의 믿음대로 아이들은 자란다’고 했던가.
정확히 하루 만에 아이들은 예전의 씩씩하고 개구쟁이였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프면 큰다’ 는 말이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적용이 되나보다.
아이들의 ‘까불거림’과 ‘시끌벅적함’이 진짜 행복임을 깨달으며 나 역시 진정한 어른으로
한 뼘 자라났으니 말이다.
이수연 <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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