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초연구에 투자 늘리고
미래 조망하는 융합인재 키워야"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 duckhwan@sogang.ac.kr
최초의 이공계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조직 개편도 마무리하지 못한 어정쩡한 출발이지만, 창조 경제를 통한 국민 행복과 희망의 시대를 열겠다는 꿈은 포기할 수 없다. 기초과학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 개선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 챙기는 추격형 기술 개발과 과학자 양성을 유일한 목표로 하는 교육으로는 과학기술과 산업, 문화의 융합을 통한 창조의 꽃을 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노력에 대한 냉정한 반성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대학의 기초과학을 바로 잡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그동안 대학의 기초과학에 적잖이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다. 두뇌한국21(BK21),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처럼 대학의 특성화와 구조 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였다. 산업 현장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기능인을 양성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학의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는 과학기술 발전에 필요한 과학지식 증진을 분명한 목표로 삼아야만 한다. 사회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진정한 융합적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 그 핵심이다.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만들어진 법규를 근거로 대학의 기초연구와 산학협력을 내놓지 않겠다는 부처 이기주의는 극복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무의미한 거버넌스 논란에 휘말리면서 극심한 혼란에 빠진 출연연구소의 정비도 시급하다. 출연연에 분명한 미션을 제시해야 하고, 최대한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 물론 성과에 대한 책임은 엄중하게 묻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출연연의 운영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맡고, 연구개발에 필요한 예산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틀어쥐는 체제로는 출연연이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 고질적인 관료주의의 병폐도 바로잡아야 한다.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출연연 연구자들이 문턱이 다 닳도록 산업부를 드나들어야 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어렵게 탄생한 기초과학연구원을 정상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만들어진 불필요한 거품은 걷어내야 한다. 기초과학연구원의 목표와 운영 방식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공허한 목표는 부끄러운 유아적 발상이다. 세계화 시대를 선도하는 선진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기초과학연구원을 만들어야 한다.
초중등학교의 과학 교육도 바꿔야 한다. 과학 용어를 가르치는 수준의 과학 교육으로는 창조적 융합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미국 특허청에 상표권 등록이 끝난 ‘융합인재교육(STEAM)’이 과학 교육의 중심이 될 수도 없다. 어설픈 과학자 양성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들에게 현대 과학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현대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교육학자들의 과목 이기주의에 빠져버린 과학 교육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과학자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로 탄생하는 미래부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 미래부가 정치적 논란에 휩쓸리고 있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미래부가 기초·원천에서 응용·산업화에 이르는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전 주기적 관리를 전담하는 실질적인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가 돼야만 한다. 미래부를 출연연의 조경이나 관리하는 속 빈 강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김종훈 장관 후보자를 맞이하는 과학기술계의 입장도 난처하다. 미래전략수석도 낯선 이방인에 가깝다. 우리 사회와 과학기술계를 모르는 것이 오히려 장점일 수 있다는 김 후보자의 발언은 충격적인 것이다. 유서 깊은 벨연구소에서 기초과학을 완전히 접어버린 후보자의 경력도 걱정스럽다. 우리의 성과를 분명하게 인정해주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고, 우리 사회가 기초과학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미국식이 최선이라는 인식은 모두를 위해 경계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 duckhwan@sogang.ac.kr
▶ 女교수, 딸에게 '콘돔' 주면서 하는 말이
▶ '아빠 어디가' 출연 한 번에 2억5천만원 횡재
▶ 女비서 "사장님 몸종 노릇에…" 눈물 고백
▶ 정가은, 출장마사지男 집으로 불러서는…파문
▶ 女고생 학교 앞 모텔에 들어가 하는 말이…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