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하도급업체의 불법 파견근무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는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8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GM대우 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김모씨 등 GM대우의 사내협력업체 대표 6명에게도 같은 혐의로 벌금 300만~400만원씩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급계약의 내용과 실제 업무 수행 과정을 볼 때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GM대우 사업장에 파견돼 GM대우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아 일하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한 원심의 사실 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파견근로자 보호법상 자동차제조업의 경우 근로자 파견이 금지돼 있다.
2009년 2월 1심 재판부는 “GM대우와 협력업체 간 일부 종속성이 있기는 하지만 적법한 도급계약 관계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 파견이라고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도 △GM대우의 필요에 따라 도급업무(투입 공정)가 구체적·사후적으로 결정됐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GM대우 근로자들과 혼재 배치돼 GM대우가 미리 작성·교부한 작업지시서 등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으며 △GM대우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무시간·근태상황을 직접 관리한 것 등을 근거로 근로자 파견 관계를 재확인했다.
앞서 작년 2월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도급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근로자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행정소송)에서 “사내하도급도 근로자 파견에 해당해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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