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이 정수기 연구에 빠진 까닭…선박 평형水 환경규제 대응…10년내 총 80조 시장 전망

입력 2013-03-01 16:22   수정 2013-03-01 23:33


“밸라스트수(水)를 잘 정수해야 국산 홍합을 계속 먹을 수가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항만. 이달 초 한진해운에 인도할 1만31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 운반선이 정박해 있었다. 조타실 계기판에 표시된 밸라스트 탱커의 수위는 만재(물을 가득 채웠을 때를 의미·이 선박은 총 3만㎥) 때의 절반 수준인 1만5000㎥ 부근을 가리키고 있었다. 해운사들은 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빈 배로 운항할 때는 탱커에 물을 채우고 화물을 실으면 물을 뺀다.

그런데 이 밸라스트수는 해양생태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짐을 실은 뒤 물을 배출할 때 그 속에 담긴 동물성 플랑크톤이 함께 나와 생태 교란을 일으킨다. 김인구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부장은 “이 때문에 이 선박의 엔진실에는 밸라스트수를 정수하는 데 쓰이는 자외선(UV) 소독기를 장착했다”고 설명했다.

밸라스트수에 실려 대륙을 건너 이동한 대표적 생물은 얼룩무늬담치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이 개체는 성체가 되기 전의 유생(幼生) 형태로 밸라스트수를 통해 세계로 퍼졌다. 2000년 호주에서 얼룩무늬담치가 1800억원 규모의 진주양식장을 황폐화시켰다는 조사 보고도 있다. 바닷가 마을에선 공짜로 나눠줄 정도로 흔했던 국산 홍합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이유도 마찬가지다. 학계에서는 국산 홍합보다 오염에 잘 견디고 번식력이 강한 얼룩무늬담치가 토종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밀어내기’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미국 5대 호 연안에는 밸라스트수가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산 따개비가 퍼졌다. 미 해안경비대(USGC)는 1900년대 초반부터 2000년까지 외래종 유입으로 파괴된 해안생태계를 복구하는 데 쓰인 총 비용을 1000억달러로 추정했다.

배를 짓는 현대중공업이 때아닌 ‘홍합 걱정’을 하며 대형 정수기 제조사업에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발연 엔진사업본부 상무는 “해양 생태계 파괴에 따라 미 USGC, 국제해사기구(IMO) 등에서 선박 밸라스트수 처리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SGC는 작년 6월부터 미국에 입항하는 상선이 배출하는 해양 생물의 종류와 크기를 ㎥당 각각 10개체, 5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IMO도 2016년께 모든 선박에 밸라스트수 처리시스템 장착을 의무화(IMO reg B-3)할 계획이다.

김 상무는 “선주사의 요구에 따라 업계 최초로 UV 소독과 염소 살균 방식 등 두 종류의 밸라스트수 처리 시스템(BWTS)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UV 방식은 물을 통과시킬 때 16개의 전자빔에서 자외선을 쏴 미생물을 없애는 방법이다. 염소 살균 방식은 화학 용재를 물에 푸는 것이다.

BWTS는 선박 엔진의 풀 패키지에 포함될 정도로 중요해 엔진사업부에서 다룬다. 밸라스트수는 선박의 안정적 운항과 관련된 요소로, 엔진용 냉각수 등과 함께 단번에 공급,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BWTS 단가는 총 선가의 0.05% 수준에 불과하지만 세계에서 운항 중인 상선 5만여척에 모두 들어가면 시장 규모가 10년 내 700억달러(약 8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 밸라스트수(水)

선박 운항 때 평형을 유지해 최적의 속도와 효율을 내기 위해 배 밑바닥과 옆면의 탱크에 싣는 바닷물이다. 배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자갈(ballast)을 깔던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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