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분양권' 전매브로커 주의보

입력 2013-03-01 16:53   수정 2013-03-01 21:57

부동산 프리즘

계약자에 수천만원 받고 노숙자 등 내세워 분양권 매입
위장매입자, 중도금 나몰라라…건설·시행사 피해 '비상'



“분양권 해지 100% 가능합니다.” “분양권 저희 무료 상담소에서 해지해 드립니다.”

인터넷 포털에서 ‘분양권 해지’를 검색어로 치면 나오는 문구들이다. 현재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진 ‘깡통 분양권’을 개인 파산 직전의 신용위험자나 노숙자에게 넘길 수 있도록 알선하고 수천만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분양권 브로커들이 적지 않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천 영종하늘도시 등 아파트 시세가 크게 떨어진 지역에서 깡통 분양권의 불법 전매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은 계약 후 중도금 납입이 이뤄지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브로커들은 분양권 전매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 계약자의 분양권을 브로커들이 모집한 신용위험자나 노숙자 등에게 떠넘기는 방식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아파트인데 아무 연고도 없는 지방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분양권 매수자로 돼 있는 경우도 있다”며 “브로커들이 500만원가량을 주며 분양권 전매를 받아갈 사람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은 이 과정에서 분양권을 넘긴 아파트 최초 계약자로부터 2000만~30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계약자는 아파트값이 떨어져 수억원의 피해를 보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브로커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미분양 단지의 중도금은 입주 전까지 대부분 무이자 융자로 대출되기 때문에 이 같은 편법 행위가 노출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건설사들이 입주 시점 때 잔금을 치를 수 없는 사람에게 분양권이 넘어가게 된 것을 알게 되면 사고 수습이 쉽지 않아진다.

이 같은 불법 거래 증가는 전매 제한이 풀린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5·10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일반 공공택지에서 전용 85㎡ 이하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또 분양권 인수자가 겉으로 보기에는 신용불량자가 아니어서 처벌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아파트 대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매수자를 소개한 브로커는 사기죄로 처벌할 수도 있지만 매도자는 처벌이 쉽지 않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은 은행권의 대출 승계 과정에서 걸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편법이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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