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소비자물가 뜯어고친다

입력 2013-03-03 17:04   수정 2013-03-04 02:47

정부, 식품·통신비 등 가중치 높여…현실에 맞게 개편

새 정부 "서민물가 안정"…높아진 엥겔지수 반영
산정방식 5월까지 확정…유치원비는 제외 검토



정부가 소비자물가지수를 현실에 맞게 큰 폭으로 개편한다. 서민 부담이 커진 먹거리와 통신비의 가중치를 높이는 반면 무상복지 혜택을 받는 유치원비 등은 지수 산정 품목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지표가 체감지표보다 낮아 신뢰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높아진 엥겔지수 반영

최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를 체감 수준과 맞추기 위해 품목별 가중치의 개편 방향을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3일 “2010년 물가지표 개편 때 소비행태가 많이 바뀐 현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새 정부 들어 생필품의 산정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오는 5월까지 새로운 물가지수 산정 방식을 확정한 뒤 올해 조사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계청은 매달 481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조사한 뒤 품목별로 각기 다른 가중치를 반영해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한다.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은 물가지표에도 많이 반영된다. 조사 품목과 가중치는 5년마다 한 번씩 개편했는데, 통계청은 2010년 개편 이후 이 주기를 3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교역 품목이 늘고 인터넷·모바일 구매도 확대되면서 가계 지출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식품 가중치를 높여 지표와 체감 사이의 괴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안정세를 나타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실제 물가 부담은 컸다. 주식인 쌀(9.6%)을 포함해 농산물 가격이 8.7%나 급등했고, 섬유제품(4.6%) 등 생필품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물가당국 부담은 커질 듯

통계청은 2010년 지수 개편 때 공업 제품과 서비스의 가중치를 높이고, 농축수산물의 가중치는 낮췄다. 특히 식단 서구화 추세에 따라 쌀 반영도를 크게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 음료가 차지하는 비중, 즉 엥겔지수는 2010년 13.86%에서 2012년 14.21%로 오히려 올랐다. 태풍과 혹한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신선식품 가격 변화도 심했다.

때문에 서민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월평균 26만771원을 음식료품 구입에 썼다. 소비지출 125만4583원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79%로 2004년(20.80%) 이후 최고치였다. 소득 상위 20%의 엥겔지수가 같은 기간 12.76%에서 11.59%로 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스마트폰 확산에 맞춰 통신비 가중치도 높아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반면 무상복지 정책에 따라 가계 부담이 줄어든 유치원비 가중치는 크게 낮추거나 아예 조사 품목에서 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개편이 이뤄지고 나면 물가 상승률이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당국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지표의 신뢰성을 높이는 게 더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2010년 물가 개편으로 0.1~0.3%포인트의 지수 하락 효과가 있었던 것과는 반대 상황이다.

식품과 통신비 등 물가에서 중요성이 높아진 품목은 정부의 집중 감시를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2010년 가중치가 높아진 전기요금의 경우 정부 반대에 막혀 인상 시도가 여러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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