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근무 역사속으로…자동차 업계 영향 클 듯

입력 2013-03-03 17:07   수정 2013-03-04 03:32

현장리포트 - 현대·기아차, 주간 2교대 4일부터 전면 실시

유흥가 울상…헬스·레저 반색
생산물량 보전·수당엔 이견
한국GM·협력사도 2014년 도입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 정문 앞. 오전 8시가 되자 주말 특근을 마친 2공장·5공장 근로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쏟아져 나왔다. 전날 오후 5시에 출근해 특근까지 14시간을 일한 이들의 표정에는 밤샘근무를 역사 속으로 보내고 새 근무제도를 맞는 기대감이 엿보였다. 20년 경력의 서명수 씨(55)는 “그동안 딸이 아빠 얼굴 보기가 힘들다는 말을 할 때마다 속이 상했는데 이젠 그런 걱정을 덜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4일부터 현대·기아차가 ‘주간연속 2교대’를 시작하면서 여가활동 등 근로자들의 생활패턴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울산공장 준공 이후 46년 만에, 기아차는 소하리공장 준공 이후 40년 만에 밤샘근무 체제가 사라진다.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의 진장 명촌 유통가에는 벌써부터 주간2교대 효과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주말 특근을 마친 근로자들 대다수가 낮에는 집에서 쉬는데,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시장을 보는 근로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30대의 한 근로자는 “주간 근무 때는 이전보다 3시간20분 일찍 퇴근하니 가족과 나들이부터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밤샘근무 폐지로 생기는 시간적 여유를 다양한 여가생활로 돌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가 지난 1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범 시행했을 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합원들은 늘어난 시간을 대부분 ‘휴식과 TV 시청’(46.4%)으로 보냈다.

울산의 전체 지역경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울산에는 현대차 3만4000여명(사내 협력업체 6800명 포함)에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현대 근로자’만 5만명이 넘는다. 이들 덕분에 ‘명촌베가스’라며 호황을 누렸던 명촌동 일대 식당과 유흥주점들은 당장 저녁 퇴근시간대 매출 감소가 발등의 불이다. 반면 스크린 골프장, 당구장, 가족형 외식업계, 백화점 등은 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다.

노사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최대 과제는 하루 3시간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생산물량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노조는 설비투자 및 인력 충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회사 측은 여전히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노조는 또 주말 근무시간이 평일처럼 ‘주간 8시간, 야간 9시간’ 근무체제가 됐다며 기존의 주말 특근 수당을 계속 달라고 요구하지만 회사 측은 ‘수용불가’ 입장이다.

현대·기아차의 새 근로제도는 자동차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국GM이 내년 1월 주간2교대제 도입을 결정했다. 현대·기아차의 1차·2차 협력사와 부품업체들도 내년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주간2교대 근무 어떻게 시행하나

현대·기아차가 도입하는 주간2교대는 1조와 2조로 나눠 각각 8시간과 9시간을 일하는 근무 방식이다. 1조는 오전 6시50분 출근, 오후 3시30분 퇴근이다. 2조는 오후 3시30분 출근해 다음날 오전 1시30분 귀가한다. 종전 주·야간 2교대 방식은 주간조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50분까지, 야간조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일한다. 2시간씩의 잔업을 포함해 각각 하루 10시간 근무한다.

노사는 하루 3시간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시간당 생산속도(UPH)를 30대(402대→432대) 올리고 휴식시간 등을 작업시간으로 돌려 연간 18만여대의 생산능력 감소분을 만회하기로 했다. 생산근로자들의 시급제 급여는 월급제로 전환된다.

울산=하인식/이태명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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