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산은 민영화 여부 '관심'
박근혜 정부의 첫 금융당국 수장에 지명된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휴일인 3일 서울 은행연합회관 9층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했다.
최우선 현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국민행복기금(행복기금)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는 일이다. 행복기금은 가계부채로 고통받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고, 서민층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재원으로 활용된다.
금융위는 신 후보자에게 자산관리공사의 신용회복기금(약 5000억원)을 행복기금으로 우선 전환해 재원을 마련한 뒤 6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을 금융회사에서 매입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달 중 기금을 출범시키고 이르면 4월 중엔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신청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기금은 최대 50%(기초생활수급자는 70%)까지 부채를 감면해 주는 만큼 시장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신 후보자는 행복기금 등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충돌하는 가치가 있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공약을 중심으로 하되, 가계부채는 기업부채와 달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집값 하락에 따른 ‘하우스푸어(내집 빈곤층)’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러나 “하우스푸어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면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경제팀 내부에서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 등을 면밀하게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매각 재추진)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 재편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백지화 여부 등 정권 초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쉽게 해결하기 힘든 해묵은 숙제도 풀어야 한다.
금융위는 여전히 우리금융 일괄 매각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 등 민영화 3원칙을 일부 수정해서라도 우리금융의 주인은 조속히 찾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관 부처가 기획재정부(수출입은행) 금융위(정책금융공사) 지식경제부(무역보험공사) 등으로 나뉘어 중복과 비효율을 낳고 있는 정책금융기관 재편 또는 대형화를 추진할지도 신 후보자가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3년차에 대형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금융기관 통합을 시도했지만 부처 간 이해가 달라 추진 동력을 얻지 못했다”며 “신 후보자는 재정부 제1차관을 지낸 만큼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할지도 관심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금감원 분할 문제는 사실상 국회로 ‘공’을 넘긴 상황이지만 신 후보자의 입장은 향후 국회의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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