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초구마저 무상보육 중단하겠다는…

입력 2013-03-03 17:22   수정 2013-03-03 21:54

서울 서초구가 이르면 5월부터 5세 미만 영·유아 양육수당을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공문을 국무총리실과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에 발송했다고 한다. 물론 예산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서초구는 국내 지자체 중에서도 소득 상위계층이 가장 많이 산다는 지역이다. 올해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되면서 소득 하위 70%에만 수당을 지급했던 지난해보다 예산이 무려 3배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국고가 지원되지 않을 경우 오는 5월이면 구청 예산이 바닥에 이른다는 다급한 하소연이다.

서초구는 지난해 0~2세 무상보육을 실시했을 때에도 불과 6개월 만에 예산이 동나 서울시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육 예산을 매칭방식으로 분담하는 상황에서 부자 구인 서초구마저 이런 지경이라면 다른 지자체들의 사정도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이는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한다고 했을 초기부터 이미 예견된 사태다. 올해 전국 시·군·구의 무상보육 예산은 8조419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5%나 늘어났다. 이 가운데 지자체 부담금은 44%다. 지난해 수준으로 예산을 짠 지자체들은 7710억원의 추가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에서 무상보육을 하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자체장들이 지난 1월 당선인 신분이던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무상보육에 대한 국고지원을 강력 촉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자체 예산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부유층 자녀나 여유가 있는 가정에까지 보육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지난달 4일 보육료와 양육수당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모든 접수창구가 사실상 마비될 만큼 한꺼번에 몰려들었을 정도다. 복지는 공급이 많아질수록 수요가 더 많아지는 특이한 수요곡선을 갖고 있다.

물론 지자체 예산이 동났다는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여야 정치권이다. 무분별하게 내걸었던 복지 포퓰리즘이 하나둘씩 그 폐해를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무상급식도 그렇고 무상보육도 다를 것이 없다. 국민을 천국으로 모신다는 정치권의 공수표가 너무 빨리 종착역에 도착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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