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5일 끝나는데…'방통 융합' vs '장악' 그들만의 싸움

입력 2013-03-03 17:34   수정 2013-03-04 03:21

'정부조직법' 靑회동 무산

만나자는 靑, 등돌린 민주
朴대통령 4일 대국민 담화…국정파행 장기화 가능성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표류하고 있다. 여야 대치는 2월 임시국회 종료일을 이틀 앞둔 3일에도 계속됐다. 벌써 33일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대화를 통한 해결을 시도했으나 이마저 불발되면서 박 대통령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3일 열릴 예정이던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정부조직 개편안 논의를 위한 청와대 회동은 야당이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낮 12시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야당의 협조를 다시 한번 당부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국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을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향후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해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에 앞서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는 과정에서 청와대에 가는 것은 합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회동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제외한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일체를 우선 처리하자고 역제안했으나 여당은 응하지 않았다.

여야 협상의 막판 쟁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맡고 있는 IPTV(인터넷TV), 종합유선방송국(SO), 위성방송 등 비보도 방송 분야 업무의 미래부 이관이다. 새누리당은 방송통신 융합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래부 이관을, 민주당은 “방송 장악 의도”라며 방송 공공성과 공정성을 내세워 방통위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여야 간 끝없는 기싸움은 2009년 미디어법 개정을 둘러싼 극한 대치의 재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도 여야는 종합편성채널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방송을 산업 측면에서 접근해 자본 투자와 고용 창출 효과를 주장한 여당과 방송의 공공성을 강조한 야당이 한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7개월여 만에 여당의 직권상정으로 ‘날치기’ 통과됐다.

하지만 여야가 지난해 5월 합의해 처리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이번에는 여당이 힘으로 통과시킬 수도 없다. 직권상정 요건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5일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정상 가동도 기약 없이 미뤄지는 등 국정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종태/허란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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