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의장을 맡은 홍준기 KJ프리텍 대표이사가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밝히자 회사 직원과 이 전 부회장 측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갈등 끝에 이 전 부회장 측이 의장을 교체하고 이 전 부회장의 의결권을 인정, 주주제안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전 7시께 비포장 도로를 달려 도착한 경기도 화성 청려수련원에서는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홍준기 KJ프리텍 대표이사 측과 이에 반대하는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수련원 1, 2층에서 각자 주총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주총회는 비교적 차분하게 준비되는 듯 했으나 개최가 늦어지면서 소란이 일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주총장 문은 꾹 닫혀 있었다. 회사 측은 원래 주총 개최 예정 시각인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주주명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주총 개최 지연 사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회사 측은 묵묵 부답이었다.
주총장이 개방된 후에도 갈등은 이어졌다. 주총장 앞좌석의 대부분을 직원들이 미리 차지하자 "주주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회사 측은 "자리가 부족하면 뒤쪽에 의자를 보충하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일부 직원을 뒷자리로 이동시켰다. 자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직원과 주주 간에 시비가 붙으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주주들은 "주총 진행이 늦어지면서 2시간 넘게 줄서서 들어왔는데 직원들은 주주확인 과정도 없이 먼저 들어와 앞자리를 선점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주총회는 의결권 집계 등으로 낮 12시15분께에나 개최됐다. 오랜 시간 주총 개최가 지연됐지만 참석자 대부분이 자리를 뜨지않고 지켰다.
양 측의 갈등이 격화된 것은 제2호 의안인 정관 변경 투표에서다.
이 전 부회장은 정보통신사업 관련 기기 제조·판매 등을 신규 사업으로 영위하기 위해 사업 목적과 관련한 정관 변경을 주총 의안으로 제안한 바 있다. 이 전 부회장은 또 회사의 이사수를 기존 3~6명 이내에서 3~10명 이내로 확대하도록 제안했다.
주총 의장을 맡은 홍 대표는 투표 결과에 대해 "이 전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5% 지분 공시 위반으로 의결권이 제한된다"며 "이 전 부회장이 제안한 정관 변경안은 찬성 주식수 부족으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주총 참석 주식 1101만8000여주 중 810만3865주가 찬성, 287만9375주가 반대했으나 의결권 제한(약 300만주)으로 부결됐다는 것.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안이기 때문에 참석 주식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의결권이 제한된다면 제3호 의안인 이 전 부회장의 사내 이사 참여도 불가능한 상황. 이 전 부회장의 의결권 제한 발표에 주주들은 크게 격분했다. 회사 직원들과 주주들은 서로 의사봉을 빼앗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 2명이 주총장으로 진입해 사태 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의결권이 제한된 주식은 이 전 부회장의 보유 주식 200만주와 이 전 부회장에서 의결권이 넘어간 약 100만주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달 말 홍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일부를 이 전 부회장에게 의결권을 위임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이 전 부회장이 지분 취득 당시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허위 기재했는 등의 이유로 이 전 부회장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다.
이 전 부회장 측 변호인은 "5% 공시 위반 여부은 아직 결정이 안 났지만 잠정적으로 무죄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게다가 홍 대표의 약 100만주는 법원이 이 전 부회장에 의결권을 위임하라고 결정한 사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양 측 변호사가 의결권 제한과 관련해 논의에 들어갔으나 회사 측이 "주총이 모두 끝났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다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 전 부회장 측은 주주제안을 통해 의장 교체를 요구했다. 이후 임시 의장은 이 전 부회장이 제안한 주주제안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그러나 회사 측은 "주총은 부결로 종결됐다"는 입장이다. KJ프리텍 관계자는 "주총에서 이 전 부회장이 요구한 안건은 모두 부결로 종결됐다"며 "임시 의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법률상 의장은 대표이사가 맡고 대표 부재시에는 부사장이 맡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주주총회가 파행으로 치달음에 따라 양측의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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