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직업으로서의 국회의원

입력 2013-03-04 17:08   수정 2013-03-05 05:33

특혜 많다지만 참 어려운 직업…내 자식에겐 권하고 싶지 않아

나성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nasl@assembly.go.kr>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제일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로 폄하하고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을 노가다(막일꾼)라고 스스로 비하한다. 이 정도 되면 국회의원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교도소 담장을 걷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많은 사람이 국회의원 한번 해보려고 줄을 서 있다. 왜 그럴까?

혹자는 국회의원이 힘이 있고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법을 제·개정할 수 있고 장·차관을 직접 만나고 때로는 민원까지 해결해 줄 수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디를 가든 속으론 욕할지라도 대접해주고 공항 귀빈실도 이용할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정도의 특권을 누리기 위해 스스로 희생해야 하는 자유와 삶의 질 그리고 가족의 행복은 너무 크다. 지금처럼 까다로운 선거법하에선 언제 감옥에 가야 할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국회의원에게는 휴일이 없다.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주중엔 여의도에서 거의 매일 조찬회의부터 시작해서 정책 개발과 법안 발의, 언론 인터뷰와 TV 토론, 생각이 전혀 다른 상대 당과의 피 말리는 법안 심의와 통과, 지금은 사라졌지만 차가운 의사당 바닥에서의 밤샘과 몸싸움, 각종 민원인 접견 및 대책 마련 등으로 바쁘다. 주말엔 지역구로 내려가 새벽부터 등산객에게 인사, 각종 행사와 경조사 참석, 종교행사 참석, 재래시장 및 경로당 방문, 각종 지역구 민원 청취 및 해결 등으로 정신이 없다. 지역구가 지방인 경우엔 부인이 일주일 내내 지역구에서 봉사활동해야 하니 주말부부가 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비행기 왕복, 어떤 땐 하루에 비행기를 세 번 타면서 이러다 항공사고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대학교수를 하다 뜻하지 않게 직업 정치인이 됐지만 이 길을 천직으로 알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내 자식에겐 국회의원이라는 어려운 직업을 권하고 싶진 않다.

능력 있는 국회의원은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 내는 정치 전문가여야 한다. 이것은 좀 인기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상대를 설득하고 타협할 수 있는 인내와 끈기, 그리고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훌륭한 정치인이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한한 의무와 책임감, 지역주민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봉사 정신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나성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nasl@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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