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양대 교수·정치학 kmkim0828@hanmail.net>
지난달 27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 얼굴에 수건을 두르고 눈만 내놓은 채 작업 중인 근로자들 사이로 휘몰아치는 모래바람이 끊이지 않았다. 공룡처럼 덩치가 큰 크레인은 거대한 철판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오는 2017년 5월에 납품할 UAE 원전 제 1호기 원자로의 격납철판이다. 원자로를 수입해 원자력 발전을 하던 한국이 처음으로 한국형 원자로 플랜트 수출을 달성한 현장이다. 그 규모가 엄청나다. 상용 원자로 4기 건설을 포함, 향후 최대 200조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우리 근로자들의 사기는 많이 떨어진 듯했다. 5, 6호기 원자로의 추가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던 때 불거진 영광 원전 등지의 원전부품 위조서류 사건으로 인해 한국형 원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진 때문이다. 원전 수출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단일 공사로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고용창출 효과는 물론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원전 수출입국을 실현한 한국의 원전 수출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원전 운용에 대한 정직성을 회복하는 일이 첫째다. 한국의 부품위조 사건은 원전에 쓰이는 부품에 대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 절차를 밟지 않고 부품을 원전 가동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증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비도덕적 행위가 UAE 지도부를 실망시킨 것이다. 여기에 수주경쟁에서 패한 일본, 프랑스가 ‘한국은 원전을 건설할 수 없는 나라’라며 악성 루머를 계속 퍼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인증 절차를 잘 지킨다는 약속과 함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약속된 공기를 잘 맞춰주는 것이다. 한국은 원전 건설 국가 가운데 공기를 가장 잘 맞추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각국의 원전 건설 기간은 예전보다 짧아지는 추세다. 1개월 빨리 건설하면 공사비 300억원가량이 절약된다. 당연히 입찰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현 시점에서 한국은 프랑스, 일본은 물론 중국보다도 2개월가량 빨리 원전을 완공할 수 있어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프랑스, 일본이 고비용을 줄여 다음 입찰에 임하겠다고는 하지만 입찰에 유리한 비용을 줄이기에는 불가능할 정도의 인건비나 시스템 유지 비용들이 있다. 한국은 이미 원전 건설을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가격 면에서 여전히 프랑스, 일본 등 경쟁국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짝퉁부품 사건으로 인해 적잖은 신뢰를 잃긴 했지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재정비하면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셋째, 한국 내의 협력이 중요하다. 한국은 22개의 원전을 가동하는 세계 4위의 원전 강국이다. UAE에 원전을 수출한 국가여서 이제 한국의 원전은 한국만이 아닌 세계의 원전이 됐다. 세계가 한국의 원전 활동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원전 반대운동이 심하면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 본국에서 원전을 반대하는 국가가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 내의 원전가동에 부정부패가 생기면 원전을 수입할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기 때문에 이제 한국의 원전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디어의 보도도 신중해야한다. 한국만의 원전이 아닌 국제 현실이 된 만큼 보도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원전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도 고려해 봐야 한다.
바라카 원전건설 현장에서 어려운 기술이 필요없는 현장일은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에서 온 근로자들이 맡고 있다. 1970년대 중동건설 붐이 일었을 때 한국의 근로자가 했던 힘겨운 일들을 외국 근로자가 맡을 만큼 한국 국력은 신장됐다. 선배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고 원전 수출국가의 반열에도 오를 수 있었다. 100년을 더 쓸 수 있는 석유가 묻혀 있는 UAE가 한국의 힘을 빌려 원전 건설에 나선 이유를, 그것이 천연자원이 없는 한국에 어떤 화두를 던지는지 생각해 볼 때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정치학 kmkim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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