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원장의 조기 등판으로 민주통합당은 출렁이고 있다. 4·24 재보선이 끝나고 열흘 뒤 열리는 5·4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전대)는 당 쇄신보다는 안 전 원장과의 세력 연대 문제에 매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안 전 원장이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 민주당 의원들의 이탈과 안 전 원장의 신당 창당이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상진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은 4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59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민주당의 미래가 대단히 비관적이라고 전망하는 구성원이 많다. 5월 전대로 새로운 리더십이 창출되기도 어렵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설문 대상자의 65%가 안 전 원장이 입당해 민주당을 고치려 한다면 이를 환영하겠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내분이 안 전 원장의 조기 등판을 불러왔다는 자성론도 나왔다. 안민석 의원은 “대선 이후 새로운 길을 전혀 만들지 못한 민주당이 안 전 원장에게 대문을 열어준 셈이 됐다”고 강조했다.
당장 노원병에 민주당이 자체 후보를 내야 할지를 놓고도 상반된 의견이 나온다. 안 의원은 “안 전 원장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안 전 원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동철 비대위원은 정면승부를 주장했다.
노원병의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안 전 원장의 출마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노 공동대표는 이날 MBC와 CBS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 “노원병은 안 전 원장이 오지 않더라도 야권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안 전 원장에게 부산 영도 출마를 권고했다.
그는 또 “(안 전 원장이)기자회견을 잡아놓고 1시간 반 전에 전화해서 간단한 통화를 한 뒤 마치 양해를 구한 것처럼 각본을 짜 맞추듯이 하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니고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노 공동대표의 반발에 안 전 원장 측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 공동대표가 유감을 표시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 전 원장은 노 공동대표가 ‘안기부 X파일 떡값 검사’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만큼 검찰개혁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새 정치’ 의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원장 측근들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이 모두 후보를 내 야권이 다자구도를 형성하게 되면 안 전 원장의 승패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송 의원은 “쉽지 않은 선거”라며 “그럼에도 안 전 원장이 새 정치를 위해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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