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4일부터 전국 7개 도시를 순회하며 여는 ‘2013 한경 머니 로드쇼’ 강연자들은 노후 대비를 위해 ‘장기 투자’와 ‘현금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강연자의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부장 "왕년에 내가 …" 의식 버려라
노후 대비를 할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재산 상태를 정확히 알고, 이 중 현금 흐름을 일으키는 수익성 재산과 그렇지 않은 비수익성 재산을 구분하는 것이다. 따져보면 집이든 자동차든 수익을 내는 재산의 비중은 의외로 많지 않다. 두 번째는 수입·지출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지금 내게 들어오는 현금은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미래 상황까지 머릿속에 그려보는 일이다. 세 번째는 앞으로 필요한 현금 지출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다. 최소한의 생활에는 어느 정도가 필요한지, 이상적인 삶에는 어느 정도가 필요할지 따져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쳤다면 이제는 노후의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 전략을 짜야 한다. 첫 번째 원칙은 내 ‘과거의 가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은퇴자 중에는 ‘내가 회사 임원으로 그럴 듯하게 사회생활을 했는데…’라거나 ‘내가 왕년에 어떤 사람이었는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빨리 이걸 버리고, 처한 상황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 일하겠다는 생각으로 바꿔야 한다.
두 번째 원칙은 3개월 이상의 생활비를 수시입출금식 계좌에 넣어 놓고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원칙은 재산을 유동화해서 현금 흐름이 나올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대개 집 한 채 정도는 마련한 베이비부머가 많다. 집값이 예전처럼 상승하지 않는다면 상가나 소형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월세를 받는 방안을 모색할 만하다.
김영훈 하나은행 골드PB부장 "인덱스펀드·ETF에 관심을"
투자형 상품을 고를 때 적립식 투자는 다소 공격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장기간 투자나 납입이 가능할 경우 분산 투자로 위험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리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수익이 꾸준한 상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노후 대비 투자형 상품 중 하나는 변액연금 또는 변액유니버설보험 등 투자형 보험이다. 특히 연금보험은 평생 안정적인 연금소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중 변액연금은 다양한 펀드를 선택할 수 있고 변경 투자가 가능하다. 또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보유하면 원금 손실 위험도 피할 수 있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평생 쓸 수 있는 비과세 투자계좌로 생각하면 된다. 2년의 의무납입 기간만 지나면 자유롭게 불입할 수 있어 납입이 편하고 입출금도 사실상 자유롭다.
수익형 투자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연금 외에 목돈을 활용한 이자 수입이 따로 있다면 훨씬 든든하고 여유롭다. 때문에 배당금, 월지급 채권이자 등 일정 주기별로 현금을 받거나 이를 재투자할 수 있는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배당주 펀드, 월지급 해외채권형 펀드, 월지급 주가연계증권(ELS) 등 상품도 다양해졌다.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에는 성장형 펀드보다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게 낫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어서다.
한상언 신한은행 투자상품부 팀장 "연금저축·재형저축 稅혜택"
노후 설계의 핵심은 저축 기간과 액수 간의 함수로 설명할 수 있다. 은퇴시 필요한 금액을 산정하고 남은 은퇴 시점까지 돈을 모은다고 가정하면 매달 얼마씩 저축해야 할지 간단하게 계산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일찍 저축을 시작해 노후 대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고수익을 내기 위한 단기·고위험 상품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가급적 장기 상품이 적합하다. 세제 혜택도 장기 상품의 매력 중 하나다. 연금저축과 방카슈랑스 저축보험, 6일 부활하는 재형저축 등이 대표적 상품이다.
먼저 연금저축은 납입기간 5년 이상으로 연간 1800만원까지 저축할 수 있다. 연간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자 외에 소득공제를 통한 세금 환급 혜택이 있는 것은 연금저축의 최대 강점이다.
방카슈랑스 저축보험 역시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세제 개편으로 비과세 조건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2억원까지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가입 기간만 10년 이상 유지하면 된다.
재형저축은 6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다. 총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가 가입할 수 있다. 연간 1200만원(분기당 300만원)까지 저축할 수 있으며 7년 이상 가입시 최장 10년까지 이자소득세를 비과세한다. 적금·펀드·보험 등 3개 유형의 상품으로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오피스텔 투자, 공실이 관건"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부동산을 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부동산을 시세차익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현금 흐름 중심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 이후 부동산 투자를 계속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현금 흐름이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잘 발생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돼야 한다. 현금 흐름이 잘 나온다면 보유 혹은 확대가, 그렇지 않다면 축소나 매각이 필요하다. 부동산은 이제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일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우리가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행복(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자본이득형 상품은 부동산을 팔았을 때 한 번 행복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알기 힘든 안갯속 상황이다. 그렇다면 미래가격에 베팅하기보다 현재 수익을 잘 챙기는 것이 더 현명하다. 부동산은 월세처럼 행복을 여러 번 나눠 받는 것이 좋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현금 흐름형 부동산(수익형 부동산)은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이다. 상가는 부침이 심해 초보자가 뛰어들기에 녹록지 않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경우 투자나 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어 매력적이긴 하지만 문제는 공급 과잉 가능성이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공실(빈방)이 늘면서 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공실이 늘어나면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허승택 농협은행 퇴직연금 부장 "귀농 생활비, 수도권의 60%"
은퇴 후 삶이 불안한 이유는 막연한 ‘노후 생활비’ 계산에서부터 비롯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주가 생각하는 월평균 노후 생활비’는 부부 기준 185만~280만원이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은퇴자금을 계산해 보면 6억~1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소득의 상당 부분은 자녀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퇴직금은 어떤가? 노후를 위해 묻어두고 싶지만 자녀 결혼 비용 등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지금부터 열심히 절약하고,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은퇴 준비를 빨리 시작하는 것과 소비 관리 및 저축의 습관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이는 은퇴 후 삶을 은퇴 전 삶과 비슷하게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만족스럽지 않은 현재의 삶을 그대로 연장하는 것보다 과감히 생활 패턴의 전환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점에서 최근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 시작과 함께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유는 건강, 자유로운 생활 등 다양하다.
자급자족적 생활에 따라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큰 이유다. 군(郡) 지역의 생활비는 서울 등 수도권의 60~7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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