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법원 경매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경매처분되는 수도권 주택 물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우스푸어를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경매신청을 몇개월 늦추는 등 ‘경매유예’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경매 물건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만큼 이자 부담에 못 이겨 집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경매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하우스푸어들의 이자 부담 능력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때문이다.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대출금액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시세를 넘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수십만 채에 달한다”며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보다는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집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 당하는 이들은 중산층에서부터 신용도가 낮은 계층까지 다양하다. 특히 저소득 계층이 마지막 남은 자산인 주택을 경매당하는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신용 등급이 낮은 이들이 주로 찾는 대부업체가 경매에 부친 서울 주택은 2010년에는 10건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484건으로 폭증했다. 최대한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를 찾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신용등급이 우수한 이들이 찾는 은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등 1금융권이 경매에 부친 물건수는 2009년 9269건에서 작년 6409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줄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증가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은행들이 직접 경매에 부치는 것이 아니라 자산유동화회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경매에 부치고 있어서다.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하우스 푸어 문제의 해결없이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중산층 복원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조직개편과 별개로 하우스푸어 및 부동산 거래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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