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MB정권 실세의 늪' 파이시티 결국 매각

입력 2013-03-05 17:05   수정 2013-03-06 00:58

인사이드 Story

법원, 지난주 M&A 허가…4월 매각 주관사 선정
가격은 5000억~7000억…인수 후보는 유통 대기업



마켓인사이트 3월5일 오전 6시32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가 매각된다. 매각가격은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등 국내 유통 대기업이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파이시티는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8만5800㎡에 35층 규모의 대형 복합쇼핑센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03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지만 전 시행사가 2011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차질을 빚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토지와 사업권 매각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지난주 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파이시티와 파이랜드의 매각을 인가했다. 앞서 파이시티와 파이랜드의 파산관리인인 이찬옥 대표는 파산부에 매각 인가를 신청했다.

법원이 매각을 허가함에 따라 파이시티는 매각 주관사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조 단위의 대형사업이어서 관심도 높다. 파이시티 매각을 주관하려는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IB 등이 12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시티는 4월 중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매각가격은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파이시티 파산관리인이 법원에 제출한 파이시티와 파이랜드 가치는 2조6000억원이었다. 토지 가치는 9000억원이었다.

매각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은 파이시티와 채권단(대주단)이 매각방식을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하나UBS자산운용, 농협 등 파이시티 대주단은 그동안 ‘선매각 방식’을 추진했다. 선매각이란 건물이 완공되고 정상적으로 분양되는 것을 전제로 사업장을 매각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완제품을 매각하는 것이어서 매도자로선 값을 비싸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수자로선 완공되지도 않은 사업장을 완공된 가격에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선매각이 실패하자 파이시티와 대주단은 파이시티의 토지와 사업성만을 평가해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땅만 팔 테니 건물 신축과 운영은 인수자가 알아서 하라는 방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주단이 일부 손실을 감수하기로 했기 때문에 매각방식을 바꿀 수 있었다”며 “종전 방식보다 최대 4000억원 싸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대기업 인수 관심

인수후보로는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양재동 인근에 유통거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그룹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유통 및 물류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입지조건이어서 국내 대기업 몇 곳이 인수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시티가 유명세를 탄 건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이 관련 비리사건에 연루되면서다.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 전 위원장과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 전 차관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던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도 구속 수감 중이다. 그는 파이시티와 파이랜드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파이시티는 개인투자자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시중은행들이 펀드를 통해 투자한 금액이 4000억원에 달한다.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4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실세들의 비리와 개인투자자들의 한숨으로 얼룩진 대형 복합쇼핑센터 사업장이 매물로 등장하자 이번에는 정상화가 가능할지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영효/고경봉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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