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스웨덴 대사관에서 5일 밤 한국 문학과 세계가 만났다. 이날로 30회째를 맞는 서울문학회 행사에서다. 서울문학회는 2006년 라르스 바리외 전 주한 스웨덴 대사가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주한 외교관들과 만든 모임이다. 지금은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가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서울문학회는 지난 7년간 고은, 고(故) 박완서, 황석영, 이문열 등의 작가를 초청, 이들의 작품 세계를 공유하며 한국 문학을 보다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 주한 외교관들이 한국 문학과 세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김인숙, 김연수, 편혜영 소설가와 심진경 문학평론가가 초청됐고, 서울문학회에서는 투비아 이스라엘리 이스라엘 대사, 안토니오 노브레 포르투갈 대사, 칼린 파비안 루마니아 대사 등의 주한 외교관을 포함한 4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 대화를 나눴다. 다니엘손 대사는 “30회 행사를 맞아 서른 명의 작가를 모시고 싶었지만 세 명으로 만족해야겠다”고 농담을 던지며 행사를 시작했다.
마라토너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연수 작가가 글쓰기와 마라톤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 “글쓰기와 마라톤 모두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지만 막상 가까이 가면 ‘목적’이 없어지고 ‘과정’만 남는다”며 “두 작업 모두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이 즐겁다는 교훈을 준다”고 답했다. 이에 시인이기도 한 다니엘손 대사는 웃으며 이렇게 화답했다. “스웨덴 작가 협회 등록 서류에는 ‘당신은 마라톤을 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당시엔 이런 질문을 대체 왜 하는지 의아했어요. 하지만 글쓰기와 마라톤이 이렇게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꾸준히 한국 문학에 관한 글을 써온 미국인 찰스 몽고메리도 “김인숙 작가의 작품을 보면 호주나 태평양의 한 섬, 남미 등 한국 밖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많다”며 이유를 묻기도 했다.
다니엘손 대사는 행사 후 인터뷰에서 “한국 문학이야말로 세계가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보물”이라고 했다. 문학은 싸이의 음악처럼 대중에게 인기를 끌 수는 없고 그것이 문학의 본질이기도 하지만 번역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한국 문학은 세계에 널리 알려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소설가 김영하 씨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를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꼽으며 몇 주 전 스웨덴 문화부 장관, 출판사 대표들과의 면담을 소개했다. “스웨덴 출판사들은 한국 소설을 번역 출판하는 데 대해 적극적”이라는 것.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에서 한국 문학이 확산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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