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동대문 10만원' 미터기 조작해 외국인 등친 콜밴 기사들 적발

입력 2013-03-06 14:50   수정 2013-03-06 16:07

작년 9월 한국에 관광 온 태국인 P씨(25)는 일행 한 명과 함께 인천공항 앞에서 검은색 대형 모범택시(점보택시)를 잡아탔다. 등록된 점보택시가 아니라 불법으로 검은색 도장을 하고 미터기와 빈차 표시등, 갓 등을 달아 점보택시처럼 꾸민 무허가 콜밴택시였다. 출발과 동시에 택시 미터기는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올라갔고, 목적지인 경기도 부천까지 요금이 무려 40만원이 나왔다. 정상적으로는 4만원 정도 나올 거리다. P씨는 경찰에서 “한국과 같은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점보택시처럼 보이려고 개조한 콜밴 차량에 불법으로 미터기를 달아 영업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운 혐의로 백모씨(45) 등 콜밴 기사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화물자동차’에 해당하는 콜밴은 점보택시(배기량 2000㏄ 이상이면서 승차인원 6인 이상 10인 이하)와 달리 승객 1명당 20㎏ 이상의 짐을 싣도록 규정돼 있다. 승객만 태우거나, ‘일반 용달’이란 표시를 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미터기나 빈차 표시등, 갓 등도 설치할 수 없다. 하지만 백씨 등은 작년 7월부터 최근까지 자신들의 콜밴 차량에 모범택시 요금보다 5~10배 많이 올라가게 조작한 미터기와 영수증 단말기 등을 설치하고, 서울 명동·남대문, 인천공항 등 일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했다. 일반 택시는 2㎞까지 기본 주행요금 2400원, 이후 144m당 추가요금 100원을 받지만, 이들이 조작한 미터기는 1㎞까지 기본요금이 4000~5000원이었고, 이후 30~60m당 900~1350원씩 요금이 추가됐다.

조사 결과, 지난해 8월 서울 명동에서 싱가포르 관광객 3명을 태운 백씨는 인천공항까지 운행하며 25만원을 택시비로 받아냈다. 또 다른 기사 명모씨(48)는 지난달 서울 명동에서 동대문까지 중국인 관광객 5명을 태워주고 택시비로 9만6000원을 요구했다 승객이 ‘요금이 과하다’고 항의하자 차량 문을 열어주지 않으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기사들은 영수증을 요구하는 승객에게 위조 영수증을 건네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ㅍ왔다”며 “서울시와 공조해 다른 불법 콜밴 기사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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