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보수석실 비서관으로 내정된 L씨는 내정통보를 받은 첫날 출근한 것을 빼고 지난달 26일부터 결근 중이다. 벌써 열흘째다. “신변정리 등 개인적 사정이 생겨 아직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대변인실의 공식 해명이다.
아무리 중요한 사적인 일이 있어도 열흘째 출근을 안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최고 권부인 청와대에서. 그래서 알 만한 주변 사람들한테 물었다. 바로 옆방에 근무하는 다른 비서관은 “본인이 할지 말지 분명한 의사를 아직 안 주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당사자와 매우 친한 다른 관계자는 “집에까지 수차례 찾아갔는데 만나주지 않더라”고 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는 내정통보를 받았는데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아 마음이 상해 출근을 안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본인은 다른 자리를 원했는데, 그 자리를 받지 못해 항의성 태업을 하고 있다는 설(說)도 있다. 1급 비서관 한 사람을 둘러싸고 이렇듯 온갖 설들이 넘쳐난다.
이뿐 아니다. 야당의원 보좌관을 하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됐다고 화제를 모았던 한 인사는 출근 3일 만에 그만뒀다. 이 보좌관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성균관대 교수 시절 데리고 있던 제자였다. 당사자는 그만둔 이유에 대해 “현역 야당의원 보좌관을 하다가 들어간 것이 스스로 부담이 돼 다시 나왔다”고 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아 있다.
민정수석실의 한 비서관은 내정이 중간에 취소되는 곡절을 겪었다.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 ‘자기사람’을 심으려는 권력암투 때문이라는 등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난무했다. 이를 전해 듣고 대통령이 격노해 인사가 원래대로 돌아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어찌된 일인지 해당 비서관은 당초 “내정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더니, 지난 3일부터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출근해 일하고 있다.
청와대는 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안돼 새 정부 출범이 지연되는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수석들이 중심이 돼 국정을 챙기기로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조차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인선이 덜 끝나 우왕좌왕하고 있다.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런 시각이 많다.
정종태 정치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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