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국내 공장에서 수출하던 물량을 유럽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야간근무 없는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국내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원화 강세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멀티소싱 전략 가동
현대·기아차는 수출 기지 다변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글로벌 멀티소싱(multi sourcing) 전략을 수립하고 올해부터 본격 가동하기로 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경기 침체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유럽을 주요 수출 전략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중국 공장은 100% 풀가동해도 현지 수요를 충족하기에 모자라지만 유럽은 지난해부터 3교대를 시작해 여유가 있다”며 “유럽 공장의 생산 과잉과 일부 지역의 공급 부족 등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멀티소싱을 적용하는 곳은 호주,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이다. 기아차는 오는 7월부터 광주공장 대신 슬로바키아공장에서 만든 스포티지R을 호주 등에 투입한다. 이 차는 작년 호주에서 4260대가 팔렸다. 현대차는 이미 국내 공장이 아닌 체코공장에서 만든 i30와 ix35(투싼)를 호주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소형차 i20는 인도공장에서 수입했다. 올초부터는 호주 진출 2년 만에 울산공장에서 가져오던 i45(쏘나타) 판매를 중단하고 이보다 1000대 이상 판매가 적은 i40로 대체해 국내 수출 비중을 낮췄다.
이 같은 배경에는 주간 2교대제 시행, 노사 갈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차 울산과 아산공장은 주간 2교대제 시행으로 연간 18만대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며 기아차 광주공장은 노조 내부 갈등으로 지난달부터 추진하려던 62만대 증산 체제 가동이 늦어지고 있다. 반면 유럽공장은 3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3교대 체제로 지난해 30만3035대를 생산, 전년 대비 21% 생산량이 늘었다.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도 전년 대비 15% 증가한 29만2000대를 생산했다.
○엔저 직격탄에 힘겨운 싸움
현대·기아차는 호주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까지 글로벌 소싱을 확대할 계획이다. 호주는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00만~110만대 규모로 국내 150만대에 비해 작은 시장이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호주에서 12만2294대를 판매해 1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판매가 증가했으나 엔저 여파로 일본 브랜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호주에서 21만8176대를 팔아 전년 대비 20.1%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9만1536대로 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태국에 생산 기지가 있는 도요타와 혼다 등은 태국과 호주 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 혜택도 보고 있다. 도요타는 호주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캠리 가격을 내려 i45(쏘나타)보다 낮아졌다.
현대·기아차는 호주 시장에 맞게 차량의 서스펜션과 핸들을 튜닝한 ‘라이드 앤 핸들링’ 프로젝트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i40를, 기아차는 신형 카렌스와 포르테(K3)를 출시한다. 기아차 호주법인 관계자는 “엔저 상황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맞출 수 없다”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글로벌 소싱을 확대하고 상품 경쟁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드니=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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