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외국인…배아픈 운용사…배곯는 개미들

입력 2013-03-06 17:10   수정 2013-03-07 00:26

개인 2조 팔때 외국인은 '사자'
운용사, 펀드환매에 대응 못해



한국 증시가 지난달부터 완만한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그 혜택은 대부분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개인과 자산운용사들은 주가가 오를 때마다 주식을 파는 데 집중한 반면, 외국인은 시장에 풀린 물량을 거둬들이며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오름세를 보인 지난달 8일부터 전날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16억원의 ‘팔자’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2조452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이 주가 상승을 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하자 그 틈에 외국인이 시장에 나온 물량을 확 거둬들인 듯한 모습이다.

외국인은 특히 최근 상승폭이 컸던 대형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 관련주를 가장 많이 사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업종을 각각 8548억원과 3241억원어치씩 순매수했다.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업종의 상승률은 각각 6.02%와 4.05%로 코스피지수 상승률(3.37%)을 웃돌았다.

개인이 그나마 ‘러브콜’을 보냈던 철강금속(1617억원 순매수) 운수창고(1347억원) 통신(883억원)업종은 각각 -1.97%, -2.1%, -1.07%의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개인 자금을 받아 펀드 형태로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주가 상승에 대응하지 못했다. 운용사들은 최근 한달간 1조172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펀드 환매 요청이 봇물을 이룬 탓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5년간의 학습효과 때문에 개인은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고, 조금만 오르면 판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는 듯하다”며 “글로벌 경기가 확 돌아서든지 기업들의 이익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든지 하는 확실한 추세가 잡히지 않는 이상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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