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시퀘스터(sequester)’ 말이다. 시퀘스터는 미국이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고생하던 시절인 198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균형예산 및 긴급적자통제법’에 근거한다. 시퀘스터는 재정적자가 다음 회계연도에서 허용한 최대 적자 규모를 초과할 것 같으면 예산 집행 중에라도 정부지출이 자동으로 삭감되는 조치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가 거둔 돈에 비해 너무 많이 쓰면 못 쓰게 막아버리는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다룬 미국의 재정절벽 우려는 세입 급증과 세출 급감이라는 두 가지로 구성돼 있었다. 첫 번째 세입 급증은 2000년부터 시행돼온 각종 세율 인하 혜택이 2012년 말로 끝나기 때문이었다. 지난 1월1일 미 의회에서 중산층 이하의 조세감면 혜택은 유지하되 고소득층(연간 부부합산 45만달러, 개인은 40만달러 이상)은 소득세율 등을 올리기로 극적으로 여야가 합의해 오바마 정부로서는 여러모로 모양새 좋은 결론이 났다.
다른 한 가지 세출 급감이 바로 시퀘스터 발동이었다. 이번 시퀘스터는 2011년에 오바마 정부가 야당인 공화당과 합의한 것인데, 그 이유는 배수진을 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즉, 2013년 3월1일 이전에 재정적자 삭감을 위한 합리적인 계획을 도출하지 않으면 시퀘스터란 무지막지한 수단이 동원되니 그 전에 잘해보자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결국 시퀘스터 발동으로 미국 정치인들이 스스로 등 뒤의 강에 빠진 셈이다.
지난번 재정절벽 이야기 때도 언급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 시퀘스터 발동을 걱정하는 것은 현재 세계 경제의 유일한 훈풍이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시퀘스터가 중단되지 않으면 미국 경기 반등이 조짐에서 끝날 수도 있고,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물론 다른 한쪽에서는 지난 1월의 결정으로 미국의 증세가 제한적이었고, 지출 삭감의 영향도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퀘스터가 세계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국 정부의 부채가 그냥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일의 배경을 다시 한 번 짚어보자. 미국의 2012년 재정적자 규모는 1조달러가 넘었고, 그동안 발생한 적자가 쌓여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현재 16조달러(약 1경7000조원 이상)가 넘는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으로선 국가부채 해결에 대한 장기적 대안을 내놓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리더십이 그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리라. 우리나라도 정부가 돈 쓸 곳은 많고 점점 늘어난다는데 돈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똑 부러진 설명이 없다. 아직 조각도 못한 정부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가? 답답할 뿐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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