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독주 시대 ①] 모바일 메신저 '춘추전국', 10개월 성적표는?

입력 2013-03-07 07:28  

 

카카오톡, '수치 의미없는' 고속 질주
"선의의 경쟁, 최소한의 관리·감시 시스템 필요"

기자가 아이폰3GS를 처음으로 구입한 시기는 2010년 6월. 생애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손에 쥔 기자는 대리점 직원에게 물었다. "공짜로 문자메시지를 쓸 수도 있다던데 그게 뭐죠?". 당시 직원은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으라"며 무언가를 적어줬다.

카카오톡이었다. 2010년 3월 출시된 카카오톡에게 지난 3년은 상전벽해의 시간이었다. 생소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국민 앱'으로 떠올랐다.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개발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카카오톡 이후 경쟁적으로 메신저 앱이 등장했다. 수많은 메신저가 소리없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현재 사용자 귀에 익숙한 메신저 앱은 손가락 안에 꼽힌다. NHN의 라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마이피플, SK플래닛의 틱톡플러스 등.

7일 한경닷컴은 웹사이트 분석기관 랭키닷컴을 통해 이들의 성적표를 받았다. 랭키닷컴은 지난해 4월부터 모바일 앱의 이용률 등을 수집했다.
 
◆카카오톡 전성시대, 막을 자 없다

압도적인 1위는 카카오톡. 지난 10개월 간 월간 이용률 9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오히려 꾸준히 상승해 지난 1월엔 95% 벽을 넘었다. 월간 이용률은 안드로이드 단말기 사용자 중 앱별 이용자 수 비율을 말한다. 안드로이드 사용자 10명 중 9.5명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월간 순 이용자 수도 거침없다. 지난해 4월 1880만 명수준이던 카카오톡 이용자는 지난 1월 3130만 명으로 늘었다. 1250만 명이 증가한 것이다. 10개월동안 한달 평균 100만~200만 명씩 꾸준히 뛰었다.

월간 설치대비 이용률은 지난해 5월 이후 97%대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톡을 설치한 10명 중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은 최근 가입자 수 8000만 명을 돌파했다. 

랭키닷컴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큰 이변없이 꾸준히 사용자가 늘고 활용도가 높아 사실상 수치상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카오톡과 다른 메신저 앱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2~4등 경쟁이 치열하다"는 풀이를 내놨다.



◆2위 싸움, 치열하지만 긴장감은?

카카오톡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위협적인 성장세를 보이지는 않는 상황. 마이피플과 틱톡은 되레 이용률이 떨어졌다.

마이피플은 월간 이용률 17.3%(2012년 4월)에서 8.8%(2013년 1월)로 반토막이 났다. 틱톡은 같은 기간 18.7%에서 7.7%로 하락했다. 마이피플은 지난해 10월(8.8%) 이후 한 자릿 수로 떨어졌다. 틱톡은 평균 12~13% 수준에 머물다가 지난 1월 처음으로 한 자릿 수 이용률을 보였다.

월간 순 이용자 수도 줄었다. 지난해 4월 각각 361만 명, 391만 명이던 마이피플과 틱톡 이용자 수는 10개월 뒤 앞자릿 수를 갈아치웠다. 지난 1월 각각 290만 명, 253만 명이 됐다.

전체 가입자 수로는 카카오톡을 앞서는 라인은 조금씩 국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가입자 수 1억 명을 넘어선 라인은 주로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인기가 많다. 라인의 국내 월간 이용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지만 카카오톡의 '최대 경쟁 앱'으로 꼽히는 이유다.

라인의 월간 이용률은 5.6%(2012년 4월)에서 7.3%(2013년 1월)로 증가하며 순항 중이다. 월간 기준 하루평균 이용자 수도 가파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27만4000명에서 67만1000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설치자 수 대비 이용자 수 비율은 50%대 수준. 라인을 설치한 2명 중 1명은 이용 중인 셈이다.

지난해 4분기 라인 매출은 483억 원. NHN 일본법인에서 개발한 라인이 효자 사업이 되면서 올해는 한국지사 '라인플러스'도 설립했다.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가는 길"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발주자로 나선 메신저 앱들은 카카오톡과의 차별점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카카오톡이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면서 각각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 카카오는 이달 말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출시할 예정이다.

라인과 틱톡은 '글로벌'을 노린다. 라인은 아시아를 넘어 북미지역 공략에도 나설 계획. 틱톡도 지난해 미국법인 '틱톡플래닛'을 세운 뒤 글로벌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마이피플은 PC와 모바일의 연동을 강화했다. PC버전에서도 무료 음성·영상 통화를 지원한다. 이르면 이달 PC버전을 출시할 예정인 카카오톡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용석 한양대 소프트웨어학과장은 "소프트웨어 기반이 약한 국내 시장에서 카카오톡이 바람직한 발전 방향 중의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일본에서 부분적인 성공을 거둔 라인에서 볼 수 있다시피 새로운 콘셉트의 서비스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은 걱정할 만한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끼워팔기 서비스 등 부당한 독점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관리, 감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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