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건주의 예산낭비에 눈먼 돈 돼버린 국민세금

입력 2013-03-07 17:16   수정 2013-03-08 00:40

행정안전부가 예산낭비 등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은 지방자치단체 81곳에 대해 교부세 211억원을 삭감했다고 한다. 중앙 정부가 교부세 지급을 축소한 첫 해인 작년(81억원)보다 감축 금액이 세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보면 세금 낭비는 체질화되고 있는 것 같다. 재정자립도 15%의 자격미달인 강원도 양구군이 인구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강원외국어고등학교를 편법 설립했고, 충남 천안시는 엉터리 감정평가 때문에 13억원을 날렸다. 과시성, 선심성 행정으로 세금은 이렇게 눈먼 돈이 돼버렸다.

일부 지자체가 파산을 걱정할 정도로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7300억원이 투입된 경전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용인시는 동사무소 등 공공건물 청사 10개를 1244억원을 들여 또 만들 계획이다. 용인 부천 연천 성남시는 기준면적을 최대 1만4255㎡ 초과한 호화판 시청사를 지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천시는 경기장 건설비 1조519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2029년까지 매년 1000억원의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 전체 지자체의 4분의 1 정도가 재정위기라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무상보육 등으로 인한 복지예산 수요가 늘어 지방재정이 초비상 상태다. 올해 전국 시·군·구 무상보육 예산은 8조419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5% 늘었는데 이 중 44%인 7710억원을 지자체 부담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득 상위층이 많이 산다는 서울 서초구가 오는 5월부터 5세 미만 영·유아 양육수당 지급이 어렵다고 선언한 것은 지자체의 재정 악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물론 대선공약이었던 무상보육처럼 중앙정부가 부담을 나눠야 할 것도 있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한건주의가 횡행하는 이 분위기라면 지방재정의 건전성 회복은 요원한 일이다. 당장 무리한 사업과 선심성 행정을 중단, 재정악화를 막아야 한다. 더구나 지자체 단체장 선거가 내년 6월로 1년여 밖에 안 남았다. 저열한 정치의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할 것은 분명하다. 국민들이 이런 정치에 현혹된다면 결국 손에 쥘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세금청구서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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