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일본 언론들의 시각부터 그렇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일 전자 대기업의 제휴가 장기적 라이벌 관계를 넘어 새로운 재편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썼다. 일본 전자산업 재편과정에 뛰어든 삼성전자의 역할에 주목하자는 해석이다. 과거 삼성전자-소니의 합작투자에 냉소적이었던 반응과는 크게 달라진 평가다. 하지만 이번 제휴가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제휴가 샤프의 최대 고객인 애플과 삼성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이 삼성전자와 특허 분쟁을 벌이는 한편으로 부품 공급처의 다변화를 시도해 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샤프는 바로 그 부품 공급처의 하나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반응이 비상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일본-대만 연합구도가 깨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대만 전자부품업체 훙하이와의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샤프는 삼성과의 제휴에 앞서 작년 훙하이와 제휴를 모색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샤프의 기술과 훙하이의 생산능력을 합치면 한국 기업들을 이길 수 있다는 전망들이 당시에 쏟아졌다.
이 모든 게 글로벌 전자산업의 경쟁구도가 그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방증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다. 지금은 삼성-샤프 제휴가 주목받지만 일본 전자업체들이 경쟁력을 회복하면 상황은 바로 역전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한·일 기업을 추격하는 중국과 대만 기업들까지 감안하면 경쟁구도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0년 후 삼성의 전자산업이 그대로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마저 그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연일 위기론을 설파한다. 산업의 경쟁은 이렇게 피를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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