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트 마니아'…화가들 열정·끼 배우죠"

입력 2013-03-07 17:25   수정 2013-03-08 00:59

가나아트 30주년 기념 '나의 벗 나의 애장품'展
이인희 고문·이명희 회장 등 40명 70여점 선봬




“화가의 열정과 삶을 작품으로 감상하며 그의 가치관을 되새겨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미술품을 통해 창조와 치유라는 예술의 근본 가치를 느끼기도 하고요. 이게 제가 미술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

구 회장 등 유명 기업인과 문화예술인들의 소장품을 한자리에 선보이는 이색 그림전이 열린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오는 9일부터 내달 14일까지 펼쳐지는 ‘나의 벗, 나의 애장품’전이다.

가나아트갤러리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배동만 전 제일기획 고문, 신성수 고려산업 회장,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 변기욱 삼화여행사 대표, 이상준 호텔프리마 대표 등 40여명이 참여한다.

출품작 70여점의 보험가는 350억원에 달한다. 컬렉터들의 개인적 취향은 물론 작품과의 특별한 인연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인희 고문은 이중섭 양달석 한묵 등과 함께 활동한 한국미술 1세대 화가 김경 씨의 유화 ‘쌍계’와 헨리 무어의 조각 등 2점을 출품했다. 이 고문은 지금도 가끔 상업화랑에 들러 마음에 드는 작품을 직접 컬렉션한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환기 이중섭 김경 등 작고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시절부터 그림을 구매하며 컬력션 기량을 다진 그는 전쟁의 포화가 채 가시지 않은 혼란기에 활동한 김경 특유의 투박한 색감과 질감이 마음에 들어 작품을 구매했다고 한다.

‘국민화가’ 박수근의 ‘앉아 있는 여인’을 들고 나온 이명희 회장도 국내외 미술 흐름을 잘 아는 ‘아트 마니아’다.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꾸준히 컬렉션을 해온 이 고문은 2010년 초콜릿캔디를 연상케 하는 300억원대 제프 쿤스의 조각 ‘Sacred Heart’를 신세계 본점 조각 공원에 설치해 주목을 받았다.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도 대표적인 미술 애호가 기업인이다. 그는 오랜 미술품 수집경력 활동과 더불어 미술대학 졸업작품전을 직접 찾아다닐 정도로 미술에 대한 깊은 애착으로 유명하다. 사옥 전면에 설치된 스타치올리 조각 ‘인신여의도91’은 김 회장의 진취적인 CEO로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홍익대 졸업전시회에서 만난 고영훈 씨의 아뜰리에 마련자금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구입한 고씨의 작품을 보여준다.

지난해 서울미술관을 개관한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은 제약회사 영업사원 시절부터 30여년간 발품을 팔며 미술 작품을 사 모았다고 한다. 그는 2010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이중섭의 유화 ‘황소’를 35억6000만원에 낙찰받아 관심을 모았다. “눈을 즐겁게 하고 취미생활도 하게 해주는 미술품 수집에 늘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2011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받은 이중섭의 유화 ‘싸우는 소’를 내놓았다.

유 전 청장은 한국 근현대미술과 고미술품 컬렉션에 관심이 많다. 이번 행사에는 조선시대 연적과 오동문갑, 자하 신위의 글씨를 출품했다. 요즘에도 매주 인사동을 찾아 미술품을 감상하는 그는 “20여년 동안 곁에 두고 보며 문향을 느낀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 구정모 회장은 이쾌대의 ‘부인도’, 김용원 도서출판 삶과꿈 대표는 단원 김홍도의 ‘선상관매도’,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은 사진작가 토마스 슈트루스의 작품, 배동만 전 제일기획 고문은 천경자의 ‘여인’과 도상봉의 ‘백자항아리’, 신성수 고려산업 회장은 추상화가 최욱경과 양달석의 그림, 변기욱 삼화여행사 대표는 구사마 야요이의 회화, 이상만 마로니에북스 사장은 줄리안 오피의 그림, 이상준 호텔프리마 대표는 천경자의 ‘여인’을 각각 걸었다.

이옥경 대표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미술 애호가들은 회사를 운영하는 틈틈이 수집 활동을 하면서 미술에서 경영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는 분들”이라며 “어떤 소장가들이 어떤 작품을 내는가를 서로 가장 궁금해하는 등 ‘안목 경쟁’도 남달랐다”고 말했다. 관람료 5000원.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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