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공공·민간 복지지출 140조 육박…20년간 연평균 16% 폭발적 증가

입력 2013-03-08 10:30  

우리나라, 복지비용 얼마나 쓸까…

우리나라는 복지비용을 얼마나 쓸까? 보건사회연구원이라는 곳에서 2010년 총사회복지지출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정부와 공기업, 기업, 민간 복지단체 등이 2010년 한 해 동안 지출한 복지비용(총사회복지지출)이 14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 비해서는 7.3% 늘어난 규모다. 2004년 이후 6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기업들이 직원복지 등에 쓴 비용도 27조원을 넘어서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노인과 저소득층에 대한 교통비, 통신비 등의 감면금액만도 1조원을 돌파했다. 총사회복지지출이 정부가 발표한 복지예산(100조원)보다 훨씬 많은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및 민간기업, 복지단체 등이 지출한 비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또 예산에 들어가지 않는 건강보험 지출이 포함된다.


#복지지출 증가속도 OECD 최고

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 사회복지지출 통계를 작성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최근 제출했다고 밝혔다. OECD는 국제비교를 위해 1990년대부터 복지지출 통계를 회원국들로부터 받아 공표하고 있다.

2010년 정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부문이 쓴 복지비용은 107조721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공부문 복지비용은 2000년 29조원에서 10년 새 3배 넘게 증가했다. 보사연은 “2000년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노령연금 도입 등으로 공공부문의 복지지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지출 증가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공공부문의 복지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13.9%에 달했다. 또 최근 20년간 증가율은 연평균 16.6%로 OECD 평균(2.5%)을 훨씬 웃돌았다.

2010년 공공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기초생활보장 등 저소득층 지원과 보육 등 사회서비스였다. 투입된 금액은 38조원에 달했다. 2008년 실시된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이 증가하고, 장애연금이 새로 도입된 데 따른 것이다. 이어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에는 각각 34조6410억원, 1조9300억원이 투입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건강보험 12.6%, 장기요양보험 46.3%에 달했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노인 의료비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의료비 비중은 7.1%로 멕시코 터키 폴란드와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향후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보사연의 전망이다.

세 번째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이었다. 전체 지급액은 20조911억원. 국민연금이 8조6350억원으로 처음 공무원연금(8조467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 지급됐다. 1988년 도입된 이후 가입기간을 꽉 채워 연금을 타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고경환 연구위원은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실시로 지출되는 복지비용은 늘어나지만 그에 따른 효과가 제대로 나올지는 미지수”라며 “무상복지 확대로 인해 더 시급한 취업교육, 실업대책, 빈곤층 지원 등에 재원이 투입되지 않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통 통신 감면비 1조원 넘어 

민간이 지출한 복지비용은 30조원에 육박했다. 자동차책임보험금과 사회복지단체 및 사회적 기업들이 지출한 비용을 제외하고 기업들이 부담한 금액은 27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직원들을 위한 복지에 들어간 비용이다.

기업이 법에 정한 대로 의무적으로 사용한 복지비용(11조5700억원) 가운데는 퇴직금이 4조925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퇴직금은 2009년(5조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퇴직금 대신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2010년 퇴직연금에 지출한 비용은 3조5490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산전산후 휴가비로 5627억원, 질병에 따른 유급휴가 비용으로 7000억원가량을 사용했다.

기업 등 민간이 자발적으로 지출한 복지비용도 18조3696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기업이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한 비용은 13조원이 넘는다. 사회공헌을 위해 사용한 비용은 1조1180억원이었다.

그동안 효율성 논란이 있었던 노인과 취약계층의 교통 및 통신비 감면에 기업들이 사용한 돈은 5846억원에 달했다. 공기업이 이 부문에 사용한 금액은 지하철 3359억원, 철도 2023억원, TV 수신료 221억원 등 6064억원이었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교통 통신비 감면에 사용한 복지비용만 1조2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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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노령에 쏠린 복지…전체 지출의 62% 차지

고용·가족 분야는 11% 불과

복지 전문가들이 복지 지출 금액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어느 부문에 쓰느냐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노령연금과 보건의료 부문에 많은 복지 예산을 투입한다. 고령화사회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비중은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 이 차이가 생산적 복지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다.

유근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육 등 가족에 대한 투자, 취업을 위한 교육훈련 등에 대한 지출은 국가경쟁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며 “향후 복지정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2010년 사회복지지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보건의료 부문이 전체 복지 비용의 38.4%를 차지했고 연금 등 노령 부문이 24.1%였다. 전체 복지 지출 137조원 가운데 86조원이 이 두 부문에 들어간 것. 2009년 점유율은 노령 22.7%, 보건 36.7%였다.

반면 보육 등 가족 관련 지출은 8.4%, 취업 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3.2%, 실업 부문은 2.7%에 그쳤다. 보육 등 가족 부문은 2009년(8.1%)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고용과 실업 관련 투자는 전년에 비해 감소한 것이다. 앞으로 복지 지출 가운데 연금 및 보건 관련 지출의 증가를 억제하고 고용 및 가족 관련 지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복지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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