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주부들은 장보러 갈 때 두부는 동네슈퍼로, 채소는 재래시장으로, 식용유는 마트로 가야 할 것이다. 깨지기 쉬운 계란, 상하기 쉬운 생선, 무거운 술을 일일이 가격 알아보고 발품 팔아가며 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장 보러 길을 나서 본 적도 없는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이란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51개 금지품목의 매출 비중은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15.1%로 추산됐다. 금액으로 2조2000억원 규모이니 중소기업과 농어민들이 판로가 막혀 입게 될 손실은 가늠조차 힘들다. 소비 위축과 마트 일자리 감소도 불 보듯 뻔하다.
물론 골목상권의 어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마트 품목 제한으로 서울시 기대처럼 영세상인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골목상권이 어려운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대한상의가 소매슈퍼마켓 895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상인들은 점포경영이 어려워진 이유로 경기 위축(51.0%), 경쟁 심화(31.9%), 상권 쇠퇴(10.8%), 소비패턴 변화(5.9%)를 꼽았다. 근본 원인에 대한 깊은 분석 없이 어설픈 대책으로 또 다른 수많은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뿐이다. 정책의 명분에만 매몰돼 부작용에 대해선 고민한 흔적조차 안 보이는 서울시다.
공교롭게도 정부는 어제 물가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부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체감물가를 낮추는 지름길은 유통비용과 탐색비용을 줄여주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대형마트가 농수산물 유통단계를 간소화해 물가안정에 기여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식경제부가 엊그제 3대 대형마트에 물가 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물가정책이든 유통정책이든 소비자 편익이 우선이다. 물가가 아무리 문제라도 때려잡기로는 안 된다는 게 MB정부에서 확인됐듯이, 영세상인 문제도 마트 때려잡기로 해소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유통구조 혁신을 말하는데 서울시는 거꾸로 유통구조를 복잡하게 만들 규제를 궁리하니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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