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승부조작 혐의 강동희 감독에 구속영장 "주전 빼고 고의 패배…사례금 챙겨"

입력 2013-03-08 17:01   수정 2013-03-09 07:51

"4차례 걸쳐 4700만원 챙겨"


‘코트의 마법사’로 농구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강동희 원주 동부 감독(47·사진)에 대해 검찰이 8일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프로농구 승부 조작 사건이 사실로 드러났다. 강 감독은 2011년 3월 브로커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4차례에 걸쳐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이날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KBL은 우선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수사에서 나온 승부조작 의혹 경기들에 대해 분석에 들어갔다. 또 추가로 나오는 승부조작 경기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L은 또 이번에 터진 승부조작이 불합리한 제도에도 원인이 있다고 보고 대대적인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강 감독과 그를 유혹한 세력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그 바탕에는 농구계 전반에 퍼진 도덕불감증이 큰 몫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프로농구에서는 시즌 막바지에 어느 정도 순위가 굳어진 상위팀이 하위권 팀에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하고 벤치 멤버의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명분도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승부조작 브로커들은 “주전선수를 빼고 져주면 돈을 주겠다”며 유혹했다. 강 감독도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2011년 3월11일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무려 21점 차로 패한 뒤 “김주성 윤호영 등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농구연맹(KBL)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 조작 사건 이후 승부 조작 경기단체를 스포츠토토 수익금 배정에서 배제하는 방식 등으로 지원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KBL의 1년 예산 200억여원 가운데 스포츠토토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3분의 1 정도로 70억여원에 이른다.

서기열/정소람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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