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벤처기업과 '경영 융합'

입력 2013-03-08 17:11   수정 2013-03-09 08:44

산업용 SW 개발엔 여러 제약 많아
소규모 벤처를 묶어 경영지원 해야

윤태성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많은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앱을 도입해서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거나 제조 현장에서 생산성을 향상시켰다는 사례는 보지 못한다. 만약 공장 자동화나 기계설계와 같은 산업용 소프트웨어가 없었다면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고 전자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 산업용 소프트웨어 없이는 산업의 발전도 있을 수 없다. 소프트웨어 벤처들이 앱이 아니라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벤처는 왜 앱 개발에 매달리는 것일까. 첫째, 기술의 사업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독자 기술로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기는 어렵다. 산업용이라면 수십 명의 프로그래머가 몇 년씩 매달려야 하나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둘째, 비즈니스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개발한다고 해서 판매되는 게 아니며, 판매한다고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개선해서 기능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컴퓨터 환경에 맞춰 진화해 나갈수 없다면 아무리 기능이 훌륭한 소프트웨어라고 하더라도 고객들이 구매하지 않는다. 벤처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구매의 커다란 장애요인은 소프트웨어의 기능보다 벤처가 기업으로서 얼마나 존속할 것이냐다. 또 대부분의 제품은 외국 대기업의 유명 제품과 경쟁해야 한다. 체력이 약한 벤처에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벤처는 당장 결과가 보이는 앱 개발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정부 주도의 소프트웨어 벤처 경영융합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독자 기술로 산업용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한 벤처를 회원으로 등록시킨다. 회원 벤처가 개발한 제품을 보증하고, 보증기간 내에 벤처가 도산하거나 기능 갱신을 하지 못하면 일정 수준의 보상을 한다. 이 플랫폼이 비즈니스 단위가 돼 국내외에 제품을 홍보하고 전시회에도 나간다. 안건에 따라서는 여러 벤처를 하나로 묶어서 비즈니스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지원책이 벤처 하나하나를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플랫폼은 인증받은 벤처를 묶어서 경영을 융합하는 방식이다. 경영융합 플랫폼을 도입하게 되면 기술 사업화에 성공한 소프트웨어 벤처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다. 플랫폼은 고객에게도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벤처의 고객 기업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소프트웨어를 구매했지만 앞으로는 플랫폼에 등록된 벤처의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고객의 구매활동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성장하고자 하는 본연의 사업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윤태성 <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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