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속 사람, 사랑 스토리] 첫 고객에 권한 암특약…"아빠가 가족에 남긴 희망"

입력 2013-03-10 10:02  

나는 55세의 컨설턴트, 보험설계사다. 동료들에 비해 나이도 많고 전문성도 조금 떨어진다. 남편의 사업실패로 늦은 나이에 직업전선에 나선 뒤 다른 직장을 돌다 마지막으로 보험설계사를 선택했다. 처음엔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갖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점점 보험설계사가 내 인생의 마지막 이력이 될 것이란 확신이 커졌다.

그 이유는 첫 고객과의 사연 때문이다. 2011년 11월, 이른 아침 전화가 왔다. 보험설계사가 되고 처음으로 계약했던 분이었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걱정으로 가득했다. 근무 중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것이다. “아무 걱정 마시고 치료부터 잘 받으세요.” 그의 마음부터 안심시켰다. 나는 보험 가입 후에도 종종 안부를 묻고 지낸 사이였던 그를 얼마 후 암 전문병원에서 다시 만났다.

병원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역시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갑자기 쓰러져 급히 후송된 탓에 보호자도 없었다. 팔순이 넘은 노모께도 말씀드릴 수 없었다. 아내는 교육을 받는 중이라 지방에 있었다. 혼자서 어쩔 수 없어 나를 부른 것이었다. 그런 순간에 나를 믿고 가장 먼저 연락을 줬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병원에서 얘기를 나누는 동안 그와의 인연이 생각났다. 교육을 마치고 첫 고객을 만나기 위해 나는 수화기를 들었다 놓기를 한참 반복했다. 괜한 부담감을 줄지 모른다고 걱정만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고, 이런 내가 설계사 자격이 있나 싶어 포기하고도 싶었다. 어렵게 친분이 있던 그에게 전화했고, 추천할 상품 하나 갖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 빚 걱정, 아이들 교육 걱정을 늘어놓던 그에게 어떤 보장이 필요한지 설명하려니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갔다. 곡절 끝에 그는 종신보험과 암보장 특약, 실손 특약에 가입했다.

며칠 뒤 그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말기 전립선 암이었다. 보험 가입 때만 해도 건강을 자신하던 분이었다. 그의 가족들은 모두 넋을 잃은 사람처럼 보였다. 죽음을 앞둔 가장의 상황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지 못했다. 그 후로 다시 두 달 남짓, 그 고객은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길을 떠났다.

장례식을 마치고 정신없이 며칠이 흘렀다. 나도 맘을 추스르며 보험금 지급 절차를 신속히 진행했다. 그의 아내는 ‘자칫했으면 남편을 위해 제대로 치료도 못해 보고 보냈을 것’이라며 내 손을 꼭 잡아줬다. 그의 남편은 떠났지만 보험금으로 치료비를 갚는 것은 물론 다소 어려웠던 가계도 여유를 갖게 됐다.

가족들은 몇 번씩 전화를 걸어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의 딸이 “아빠가 남긴 보험금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 가라는 의미 같아요”라는 말을 전할 땐 뭉클한 감정이 특히 컸다. 보험의 가치와 컨설턴트로서 내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세월이 흘러 많은 고객들의 사연이 노트에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내 이력은 당당함과 자부심이 됐다. 보험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인지 모른다. 따가운 눈총과 편견에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믿고 도와준 분들과의 약속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야말로 스스로를 더 없이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2012년 삼성생명이 주최한 보험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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