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 개혁 등 빠져
"미봉책 불과…효과 의문"
브라질 정부가 약 38억달러 규모의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식품과 화장품 등 주요 생활필수품에 붙는 연방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무섭게 오르고 있는 물가를 잡고, 저성장에 직면한 경제도 살리기 위해서다. 기업활동 환경을 개선하는 추가 조치도 곧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관료주의로 대표되는 ‘브라질 코스트’ 등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부양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육책 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주요 생필품에 붙는 9.25%의 연방세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연간 73억헤알(약 38억달러)을 세금으로 거두지 않아 세수가 줄지만 소비자들에게 이만큼의 자금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세분은 지난 1월 브라질 정부 세수(1026억헤알)의 7%에 이르는 규모다. 그는 “비싼 생필품 가격을 내리는 동시에 농업과 상업 등 주요 산업의 경기 활성화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감세는 물가를 끌어내리려는 정책이다. 전날 브라질 통계청은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6.31% 올라 전달의 6.15%를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201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브라질의 연간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치인 2.5~6.5%의 상한선에 다가간 것이다. 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도 최근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필품을 대상으로 삼은 건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2월 브라질의 식품·음료 부문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9.9%로 모든 부문 중 가장 높았다. 생필품에 붙는 세금을 깎아 물가를 낮추고, 소비자 부담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기두 만테가 재무장관은 11일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과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할 예정이다.
○효과 있을까
브라질 정부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문제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는 게 과제다. 적극적인 부양책을 펼치려니 물가가 문제고, 물가를 잡자니 경기가 침체된다는 어려움에 부딪혔다. 지난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0.9%를 기록,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했다. 2010년 7.5%, 2011년 2.7%에서 3년 새 성장세가 확 꺾여버렸다. 빌바오비스카야은행의 에네스토르 산토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가장 큰 걱정은 인플레이션이지만 경제 성장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감세 정책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감세 정책을 펼쳤다. 작년 한 해 내놓은 감세정책 규모만 230억달러에 달한다. 내년 월드컵 개최와 대통령 선거 등 경기 부양에 효과적인 대형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근본적 개혁 없는 부양책은 오히려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료주의와 인프라 미비, 반기업 정서 등 브라질의 고질적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정부가 쏟아냈던 부양책이 효과가 없어 투자자들의 불안감만 키웠다”고 평가했다.
경기 분석업체인 포캐스트의 페드로 투에스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려는 조치는 이전에 작동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국민들의 씀씀이가 커지는 한 물가 상승은 계속되고, 경기 둔화도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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