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집값 바닥론이 부쩍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아파트값 장기 하락에 따른 낙폭 과대, 새 정부 출범, 봄철 분양시즌 등이 주택시장에 복합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당장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제 막 시작된 봄철 분양시장만 해도 수도권과 지방 간에 온도 차가 크다. 주택 거래도 지역별로 늘고 있는 곳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부진한 모습이다. 미분양 아파트 역시 증가세다. 주택시장 지표가 여전히 침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바닥론에 대한 신중론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바닥은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 오름세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일 뿐 전체 주택시장의 흐름을 선행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분양시장 양극화
수도권은 냉기…지방은 온기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봄 분양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수도권 분양시장의 방향타로 관심을 모았던 동탄2신도시 3차 동시분양은 참패에 가까운 청약률을 기록했다. 전체 5900가구(특별공급 제외) 공급에 4728명이 신청, 0.8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전체 6개 단지 중 2개 단지만 공급 가구를 넘는 청약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대거 미분양됐다.
반면 광주와 전북 익산 등 지방 분양 단지들은 순위 내 마감에 성공하는 등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중소도시인 익산시에서 공급된 ‘e편한세상’은 4개 주택형이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77가구를 모집한 84㎡A 형은 495명이 접수, 6 대 1이 넘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시장 ‘블루칩’으로 꼽히는 세종시에서도 같은 건설사가 분양한 2개 단지 중 한 곳만 마감에 성공했다. 입지에 따라서 수요자의 반응이 갈린 결과다.
거래 부진 지속
이달 서울아파트 거래 '반토막'
지난달 취득세 감면안의 국회 상임위(행정안전위원회) 소위 통과 이후 반짝 증가세를 보이던 주택 거래도 이달 들어서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는 1146건으로 전달(2744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이달 거래량은 3500여건으로 작년 3월(4129건)보다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해 취득세 감면안이 담긴 ‘9·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9월 2144건에서 △10월 4065건 △11월 4761건 △12월 6879건 등 2~3배가량 급증했던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작은 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최근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취득세 감면안도 국회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거래가 움츠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계속 증가
중소형 아파트도 미분양 늘어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를 보이던 미분양 주택도 올 들어 소폭 늘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180가구로 전월(7만4835가구)보다 345가구 증가했다. 인천과 경기 미분양이 늘면서 수도권 미분양은 전달 대비 1237가구 증가한 3만3784가구로 조사됐다. 특히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미분양은 3만2184가구로 전월보다 129가구 감소한 반면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4만2996가구로 474가구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중소형 아파트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미분양 주택의 양도소득세 5년 면제 혜택이 작년 말로 종료되면서 미분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강북·수도권 찬바람
고양·김포 집값 약세 지속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일부 새 아파트는 호가와 실거래가가 모두 수천만원씩 올랐다.
하지만 서울 강북권과 1·2기 신도시들은 여전히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아랫목(강남)’의 온기가 ‘윗목(강북·수도권)’까지 전해지지 않는 분위기다. 분양가가 4억7000만원 수준이던 고양시 식사동 ‘위시티 1단지’ 84㎡형은 입주 3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4억1000만원 수준이다. 이달 입주에 들어가는 김포 한강신도시 ‘e편한세상’ 84㎡형도 시세가 작년 말과 같은 2억6500만원이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인천 청라신도시는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만 소폭 올랐다. 매매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인천 경서동 소망공인 관계자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지면서 중소형 아파트는 매수자가 가끔 있지만 중대형은 문의 전화도 없다”고 전했다.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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