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 당 96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95엔을 돌파한 것은 2009년 8월 이후 약 3년7개월 만이다.
최근의 엔화 약세는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으로 분석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과 실업률이 시장의 예상보다 좋게 나오는 등 미국 경기 회복세가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 증시가 회복되면 중장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인 100엔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간에 엔화가치가 달러 당 100엔까지 빠르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달러 강세 기조 때문에 일시적으로 엔화 약세 요인이 커졌다”며 “다음달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영국중앙은행(BOE)이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고 수급상으로도 3월 말 결산을 앞두고 일본으로의 송금 확대에 따른 엔화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엔저가 지속될 경우 한국 수출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엔 환율은 작년 4분기 초 100엔 당 1426원에서 지난 8일 1140원으로 20.04% 떨어졌다. 지난 7~8일 원·달러 환율이 0.54% 상승했지만 원·엔 환율은 1.59% 하락했다. 원화가 달러 대비 약세로 전환했지만 엔화에 비해서는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최근 엔화 약세의 원인이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달러 강세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는 “최근 달러가 유로화, 엔화 등 대부분의 통화 대비 강세로 나오는 것은 미국 경제 지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환율이라는 가격 요인보다는 미국 수출시장 확대라는 공급 증가 요인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정수/장규호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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