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웅 "난 '신세계' 이중구 보다 더 독하다" ②

입력 2013-03-11 13:23  


[김보희 기자] 배우 박성웅이 영화 ‘신세계’ 이중구 캐릭터에게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스크린을 장악한 박성웅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그는 ‘신세계’ 속에서 조연이었지만 개봉 이후 배우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를 잇는 4번째 주연으로 손꼽히고 있다.

박성웅이 맡은 역할인 이중구는 극중 골드문 조직 서열 4위지만 보스가 되려는 야망을 가지는 인물이다. 이에 자신의 조직을 비롯해 아무도 믿지 못하는 그의 눈빛에는 ‘걸리면 죽는다’라는 식의 살기가 가득하다. 특히 웃고 있지만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소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이중구의 표독스런 표정은 스크린을 압도하며 관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중구를 실제로 연기한 박성웅, 그가 본 이중구는 어떤 사람일까. 그와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 박성웅이 말하는 ‘신세계’ 이중구… 사자 무리 속 고독한 호랑이

이날 박성웅은 이중구라는 캐릭터에 대해 “4명 중에 제일 불쌍한 캐릭터다. 그나마 이자성(이정재) 김과장(최민식) 정청(황정민) 3인물은 자기네들끼리 얽히고설키고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중구는 그냥 골드문 1인자에 직진이었다”라고 연민을 표했다.

또한 그는 직진만 하는 ‘이중구’를 동물에 비유해 “사자 무리 속에서 소외돼 갈 곳을 잃은 호랑이”라고 표현하며 “사자는 무리생활을 한다. 하지만 호랑이는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다. 극중 중구도 골드문 조직에 있지만 그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독립심과 야욕은 호랑이처럼 단단하지만 사자 무리 속에 호랑이라서 기를 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부하였던 이자성(이정재)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중구의 쓸쓸한 죽음에 “죽음마저도 그 답다”라며 “중구는 수족이 다 잘린 상태에서 죽을 것을 알면서도 제 발로 아지트를 걸어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 상황을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지만 중구는 피하지 않았다. 건달의 자존심은 지키면서 멋있게 죽은 거다. 호랑이가 풀 뜯어 먹을 순 없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박성웅이 본 ‘박성웅이 연기한 이중구’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박성웅은 ‘신세계’를 3번 봤다고 말하며 자신의 연기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밝혔다.

박성웅은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최민식과 장례식장에서 첫 조우하는 장면에서 내 눈 밑이 파르르 떨린다. 그게 다들 거울을 보고 연습을 한 걸로 아시는데 절대 그런 적 없다. 그건 몰입하면서 자연스레 나오는 거다. 눈밑이 떨리는 건 내가 떨어야겠다고 해서 떨어지지 않는다”며 “연기를 할 때 그 인물의 호흡에 맞춰서 자연스레 나오는 것 같다. 그런 게 ‘신세계’에서는 미세하게 잘 표현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중구라는 캐릭터에 몰입한 나머지 실제 생활에서도 강렬한 포스를 내뿜었다고. 그는 “이중구라는 캐릭터로 몇 달 동안 살면서 나도 모르게 내 실제 모습에서도 리중구의 모습이 비치더라”라며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당시 상황에 대해 “‘신세계’ 촬영이 한창이던 2012년 6월 영화 ‘차형사’ VIP 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가졌다. 다음날 인터넷으로 사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평소와 달리 내가 뒷짐을 쥐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더라. 사람들은 내가 무슨 작품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당황했을 것이다. 나도 순간 내 모습에 놀랐다”라고 폭로했다.

◆ 실제 박성웅은 이중구 보다 더 독한 캐릭터?

박성웅은 ‘이중구’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특히 실제를 방불케 하는 그의 연기는 많은 팬들에게 박성웅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는 “사람들 마음속에 수많은 성격이 있듯이 내 안에도 무수한 방이 있다. 배우니까 더 많이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건달 형님들과 만난 적이 있는데 나와 이야기를 하더니 ‘너는 배우가 안됐으면 천상 우리 쪽이야’라고 하더라. 생각해 보니 실제로 내가 이중구의 상황에 처하면 나는 더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만약 이중구였다면 김과장이 준 독약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때를 기다렸을 것이다. 조금 더 스마트하게 때를 기다리며 사진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보를 캐낸 뒤 김과장이든 정청이든 모든 준비가 완료된 후에 뒤통수를 쳤을 것이다. 중구는 너무 주는 대로 덥석덥석 먹어서 탈이 난 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신세계’에서 강과장(최민식)이 이중구에게 정청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내미는 장면은 조직 보스를 꿈꿨으나 코 앞에서 감옥에 갇힌게 된 이중구가 조직 내 서열 3위 정청에게 복수를 하게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중구가 죽음에 내몰리며 스스로 독약을 먹은 꼴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성웅은 이중구 보다 더 스마트하게 행동 했을 것이라고 말해 공감을 얻었다.

박성웅과의 이야기 도중 ‘이중구의 죽음이 살짝 아쉽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완강하게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는 “이중구의 죽음은 그 다운 선택이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해 아쉬웠던 점은 전혀 없었다. 저는 너무 감사한 게 3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에서 2시간 14분을 출연했다. 그래서 비중이 더 있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제가 출연한 장면은 편집이 하나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를 통해 연기 인생 16년 중 가장 전성기를 맞이한 박성웅, 그는 다음 행보에 대해 “영화 쪽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사실 대본이 들어온 게 두 개 정도가 있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봐야할 것 같다. 무리해서 덜컥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것 보단 ‘신세계’처럼 배우들이 같이 연기할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 또 워낙 이중구가 쎈 역할이었기 때문에 다음 역할도 조금은 쎈 역할을 해보고 싶다. 반전인 이미지로 갑자기 변신하는 것 보단 차근차근 관객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자 한다”라고 말해 후속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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