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임상시험 최적지…1년 걸릴 계획 승인 1개월이면 완료

입력 2013-03-11 16:48   수정 2013-03-11 23:27

인건비 수준도 낮아 다국적 제약사 몰려
작년 임상 35% 늘어…1상도 증가 추세



“한국이 아시아에서 주요 임상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제약전문지 ‘스크립’(SCRIP)은 최근 수준 높은 연구인력, 수도권 인구 밀집에 따른 잠재환자 확보 용이성,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등 3개 핵심요인을 들어 한국을 세계 최고의 ‘이머징’ 임상 사이트(site)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임상 테스트 베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국적제약사의 전체 임상 승인 건수는 303건으로 2011년(194건)보다 35%나 늘었다. 특히 해외 제약사의 임상 1상 시험은 2011년 19건에서 지난해엔 32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임상승인 신청 건수가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초기 임상인 1상시험은 안전성과 투약량을 결정하는 단계로 평균 1년반가량 소요된다. 완제품으로 가기 위한 2상과 3상 시험 여부를 결정짓기 때문에 시험에 참여하는 의료진의 기술력과 빠른 진행이 관건이다. 설효찬 식약청 임상제도과장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의료기관의 임상 수준이 높고 일부 국가에서는 임상계획승인에만 1년이 걸리는데 한국에서는 1개월이면 개시할 수 있다”며 “시간싸움인 제약산업의 특성 때문에 환자 모집이 쉬운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교우위 덕분에 독일계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 본사는 한국을 아시아 임상허브로 결정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진행하던 일본인,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인 대상 임상도 국내에서 실시하고 있다. 김성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이사는 “병원 인프라와 의사들의 동기 부여, 그리고 정부 차원의 환자 리크루팅 지원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모든 아시아인 대상 임상을 한국에서 하고 있고 앞으로 1상 임상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이자, 노바티스 등 다른 다국적 제약사들도 국내 임상을 크게 늘리고 있다. 사노피는 1상을 포함, 조기임상 5건을 진행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과 신약임상연구 네트워크도 구축하는 등 국내에서의 임상 비중은 높여가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임상은 폐암 유방암 위암 등 아시아인의 발병률이 높은 고형암치료제를 주로 대상으로 한다. 관련 임상시험은 2011년 78건에서 지난해에는 110건으로 증가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1상 임상시험을 늘리는 건 국내 헬스케어 산업에 긍정적이란 평가다. 향후 2상과 3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양질의 고용창출 등 후방 효과가 작지 않아서다. 세계 5대 임상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가 다국적 제약사들의 임상 1상을 적극 유치하려는 이유다. 백선우 국가임상시험사업단 국장은 “임상시험의 핵심 경쟁력인 속도와 품질, 비용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한국의 임상시험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특히 1상 임상의 증가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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