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0.5인 가구

입력 2013-03-11 16:51   수정 2013-03-11 21:43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싱글족이 대세다. 1990년 10%도 안 되던 1인 가구 비중은 지난해 25.3%로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1인 가구는 조만간 가장 전형적인 가구형태인 4인 가구수를 넘어서 2035년에는 34%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독신자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보다도 독신 가구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전반적인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데다 혼인감소와 이혼 및 동거의 증가 같은 생활패턴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일 게다.

싱글족이 늘면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라는 용어도 생겼다. 주택 식품 소형가전 등 관련 산업에서 혼자 사는 사람을 겨냥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개발 출시하는 것을 말한다. 원룸, 소포장 소용량 식품 및 가전제품 증가는 물론 레스토랑 등에서 1인용 테이블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 2012년 편의점의 가정간편식(즉석밥 죽 즉석면 등) 매출은 44%, 소포장 반찬 매출은 53% 각각 증가했다고 한다. 그만큼 1인용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2006년 3조원이던 렌털 시장규모가 2012년 10조원 규모로 늘어난 것도 ‘나홀로 가구’ 확산과 무관치 않다. 이런 추세를 반영, 금융회사들은 요즘 1인 가구를 겨냥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1인 가구에 새로운 변종까지 등장했다. 소위 0.5인 가구다. 싱글족이긴 한데 2곳 이상에 거처를 두거나 잦은 여행이나 출장으로 집을 오래 비우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직장 근처에 방을 얻어 혼자 살지만 주말에는 부모가 있는 집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적극적인 여가활동을 만끽하느라 주말엔 늘 집을 비우는 사람도 여기에 속한다.

0.5인 가구가 1인 가구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더 짧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보통의 싱글족보다 작은 집에 사는 경우가 많다. 가전제품 가구 생활용품도 1인용 제품보다 더 작고 간소한 제품을 선호한다. 이사도 자주 하는 편이어서 주거에 드는 비용을 가급적 줄이고 가재도구 역시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는 아직 0.5인 가구를 직접 겨냥한 제품이 본격 출시되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초소형 용량의 주방용기가 잘 팔린다는 걸 보면 솔로 이코노미에 이어 ‘하프 이코노미(half economy)’가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을 듯하다. 남에게 간섭받지 않고 더 편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진정한 휴식을 주는 ‘가족 울타리’ 혹은 ‘홈 스위트홈’은 점점 사라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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