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국무회의 여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입력 2013-03-11 16:51   수정 2013-03-11 21:43

마침내 박근혜 정부가 11일 오후에 첫 국무회의를 열었다. 그것도 17명의 장관 정수 가운데 13명을 오전에 부랴부랴 임명하고 차관 두 명을 대리 참석시키는 방법으로 15명 이상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토록 한 헌법상의 요건을 겨우 맞췄다. 국무회의를 여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강조하면서 정부조직법의 조속한 통과를 거듭 촉구한 것에서 절박한 사정이 읽힌다.

정부가 서둘러 월요일 국무회의를 연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북한의 위협이 심상치 않은 만큼 무엇보다 정부가 돌아간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와 한·미 간 연례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에 반발해 정전협정 백지화, 남북 간 불가침 합의 폐기 등을 주장하며 전쟁 분위기를 연일 고조시키고 있다. 어제는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적십자 채널)까지 끊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도서들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의 기습 도발, 동·서해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동시다발적인 책동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 상황을 더욱 예측불허로 만든다.

이런 지경인데도 국무회의를 여는 데 편법까지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위협이 없었다면 회의를 개최하는 게 가능했을지조차 의문이다. 그나마 국무회의는 이렇게라도 열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핵심멤버인 국방부 장관은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고 국정원장은 아직 청문회도 열리지 않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아직 공식 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 정치를 얕잡아보게 만드는 꼴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조각을 도대체 언제 마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다. 국제사회가 이런 한국을 어떻게 존중해 주겠는가. 당장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정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더 이상 정부조직 개편 협상을 지체할 시간이 없다. 한국 정치는 이미 해외토픽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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