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베토벤을 연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너무나 많아요.”
피아니스트 최희연 서울대 음대 교수(사진)는 11년째 베토벤의 여정을 고집스레 뒤쫓고 있다. 2002년부터 4년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연주회를 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미경과 함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도 완주했고 지난해에는 베토벤 피아노 3중주 시리즈를 새로 시작했다. 오는 14일 금호아트홀서 바이올리니스트 루제로 알리프란치니, 첼리스트 피터 스텀프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3중주 두 번째 연주회를 여는 최 교수를 11일 만났다.
최 교수는 “베토벤이 어려운 것은 그에 대한 많은 자료와 연구 결과물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토벤은 청력을 잃은 탓에 다른 작곡가보다 글을 많이 썼다. 그가 주고받은 편지들이 많이 남아 있고 조카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벌인 소송 문서도 보존돼 있다. 곡을 쓸 당시의 글을 통해 베토벤의 심정을 알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료가 많은 탓에 연주자로선 활동 반경이 되레 제약받게 된다는 얘기다.
“이전 세대의 음악가와 달리 탄탄한 인문학 교육을 받았던 베토벤은 작품에 불멸과 영원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10년씩 한우물을 파도 끝이 나지 않는 거죠. 첼로나 바이올린 소나타는 베토벤의 생애 중 일정 부분에 집중돼 있지만 피아노 소나타와 3중주는 연대기 전체에 걸쳐 있어요. 그의 음악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를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죠.”
베토벤을 오래 연주하면서 접근 방식도 바뀌었다고 했다. “처음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할 땐 인간적으로 접근했어요. 곡이 쓰인 당시의 문서를 연구해 베토벤이 어떤 감정으로 곡을 쓰고 연주했을지 생각하는 식이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 자체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어요. 음악의 구조적인 측면에 조금 더 집착하게 됐다고 할까요.”
최 교수는 이번 연주회에서 피아노 3중주 7번 ‘대공’과 피아노 3중주 G장조 작품번호 1-2번 등을 들려줄 계획이다. 오는 9월 한 차례 더 연주회를 열어 세 차례에 걸친 피아노 3중주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다. 이후에도 베토벤 ‘외길’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내년 봄에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연주회를 두 차례 연다. 이에 앞서 올해 여름부터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에 다시 도전한다. 2002년 첫 시도 때 4년이나 걸린 대장정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10년 전과 어떻게 연주가 달라져 있을지 저 스스로도 궁금해요. 듣는 분들의 반응도 기대되고요.”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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