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득권에 부딪친 시진핑의 개혁

입력 2013-03-11 17:04   수정 2013-03-11 22:00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대부제(大部制) 정부 개혁에 완성은 없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1일 정부의 대부제 개혁안이 나온 뒤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부처 숫자를 대폭 줄이는) 대부제 개혁은 장기적 과제이고,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그 일부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개편안이 예상보다 소폭으로 끝난 데 대한 해명 성격이 짙다.

지난 10일 발표된 중국 정부의 대부제 개편에 대해 ‘용두사미’ ‘무늬만 대부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쉬야오퉁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이렇게 찔끔거리려면 개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부제 개혁에 대한 전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대부제 개혁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오는 14일 출범할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가 기득권이 강한 공무원 집단을 대상으로 추진한 첫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무원 산하에 27개 부(部)가 있었다. 부급 위원회와 부 산하의 독립적인 국(局)을 합치면 70개가 넘는다. 이들의 중복 업무와 심사·승인권한 남용 등은 비효율과 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돼왔다. 그래서 기존 27개의 부를 통폐합해 최대 18개까지 줄이는 안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철도부와 위생부 등 2개 부서만 없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거대 기구인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권한 축소 또는 분산이 개혁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발개위는 인구기능까지 흡수해 그 자체가 ‘작은 정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막강해졌다.

개혁의 퇴색 조짐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도 보인다. 시진핑 정부는 ‘반(反)부패’를 첫 과제로 내세웠지만 전인대에서는 반부패법에 대해 제대로 된 심의도 하지 않았다. 법안이 제출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5년 내에 입법화를 추진하겠다는 시간표만을 밝혔을 뿐이다. 7년째 논의 중인 공무원 재산신고법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다.

시진핑 총서기는 지난해 11월 취임 후 형식주의를 배격하고 고위 지도층의 사치 풍조를 추방해 중국 정가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직 개혁을 제도화하지는 못했다. 후커우(戶口·호적)제와 소득분배제도 개선, 반부패 등은 기득권 세력의 타파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부제의 실패로 시진핑 정부의 개혁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김태완 베이징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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