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초대의 기술

입력 2013-03-12 16:54   수정 2013-03-13 05:03

초청 모임의 감동은 분위기에서 비롯…자기 자랑보다 손님을 먼저 배려해야

이윤신 <W몰 회장·이윤신의 이도 대표 cho-6880@hanmail.net>



10여년 전 중국 옌지를 방문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중국이라 지금은 어떤 분위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때 여러 가지를 경험했다. 당시 아는 분의 저녁 초대를 받았는데 그야말로 예전에 우리의 손님상 그대로였다. 접시마다 가득 담긴 음식들이 상을 채우고 있었다. 요리가 한층 쌓이고, 그 위에 층층이 포개져 맨 아래 깔린 음식은 젓가락으로 탐험해야 먹을 수 있었다.

중국 요리의 특징을 보여주듯 다양하고 특별한 재료로 최고의 솜씨를 뽐낸 요리들이 가득했다. 비둘기 고기를 완자로 띄워낸 국, 알이 가득 차 있는 개구리찜 등이 시선을 끌었다. 센스 있는 주인은 위에 포개진 접시를 얼른 들어주었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맛보게 하려는 양, 감춰진 그릇 사이에 놓인 음식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설명하고 내 앞으로 옮겨주며 권했다.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이며, 정성 어린 음식으로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 호의를 전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오현제 시대의 막바지, 로마의 전성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채울 수 없는 정신적 공허함을 음식으로 채우려고 해 만찬이 성행했다고 한다. 당시 제대로 된 집에는 구토실이 있을 정도였다. 우리도 예전부터 손님을 대접하려면 상다리가 휘어지게 준비해야 제대로 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얼마 전 옌지에서와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았는데 안주인의 음식 솜씨가 좋아 나오는 음식마다 훌륭한 맛과 스타일링으로 초대된 모든 사람을 감탄하게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십 분도 견디기 힘든 최악의 초대였다.

주인 되는 분이 초대된 이들의 관심사나 공통된 주제를 배려하지 않고 끝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보통 어느 자리에나 이런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적어도 손님을 초대한 자리에서는 본인의 이야기를 자제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일 게다. 요리강의 시간인 듯 이어지는 안주인의 조리법을 듣고 있으려니 지루해 졸음이 쏟아질 지경이었다.

식사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이끌어 내 편안한 분위기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배려, 그것이 초대한 사람의 몫이 아닐까.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의외의 곳에 있다. 멋진 요리가 아니라 손님을 향한 주인의 정성 어린 마음에 우리는 “잘 먹었습니다” 하고 문을 나서게 된다.

이윤신 <W몰 회장·이윤신의 이도 대표 cho-68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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