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42·사진)이 최근 한국의 모 기관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사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남이 자신 및 처와 첩, 자녀 3명 등 모두 6명의 신상이 적힌 자료를 전문을 통해 국내의 한 기관에 보내 사주를 봐 줄 것을 요청했다”고 12일 말했다. 그는 “이 기관은 김정남의 신분을 숨긴 채 그와 가족들의 신상을 역술가에게 건네 사주를 봤다”며 “그 결과 ‘가족들이 왜 뿔뿔이 흩어졌느냐. 가장이 고생이 많고, 좋지 않은 형편이다. 그러나 2018년부터는 좋아진다. 운이 확 바뀐다’는 내용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남이 이렇게 사주를 요청한 것은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복형이다. 한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김정은에게 밀렸다. 김정일은 생전에 김정남의 개방적 성향을 꺼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1년 5월 김정남이 일본으로 불법 입국했다가 억류되면서 김정일의 눈 밖에 났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남은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을 떠돌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버지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우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남은 망명생활에 가까운 처지여서 답답해 했을 것”이라고 사주를 본 배경을 추측했다. 지난해 11월엔 한국 망명설이 불거졌고, 김정은이 암살지시를 내렸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김정남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후계 세습을 비판해왔다. 지난해 1월에는 도쿄신문에 이메일을 보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18)이 “할아버지(김정일)가 독재자인지 몰랐다. 언젠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고 말한 핀란드TV 인터뷰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김정남이 북한 당국으로부터 불만을 샀다는 소문이 퍼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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