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성메디슨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입력 2013-03-12 17:03   수정 2013-03-12 21:41

이준혁 빈/중기과학부 기자 rainbow@hankyung.com


지난 8~1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방사선학회(ECR). 각국에서 온 바이어들은 학회에 참가한 삼성메디슨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를 내놨다. 삼성이 초음파진단기업체 메디슨을 인수한 지 2년이 된 데다 지난 1월 미국의 컴퓨터단층촬영(CT) 전문업체 뉴로로지카를 사들이는 등 헬스케어 사업 분야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다.

우선 삼성의 ‘조용한 행보’에 대해 ‘삼성답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메디슨은 이번 학회에 메디슨이 개발을 진행해왔던 휴대형 경량초음파, 뉴로로지카의 CT만을 들고 나왔다. 제품 상단에 ‘SAMSUNG’이라는 접착식 로고를 급히 붙인 티도 관람객의 눈에 잡혔다. 삼성메디슨 부스를 방문한 한 다국적 의료기업체 관계자는 “내놓을 신제품은 없는데도 부스를 너무 크게 꾸몄다. 기술력도 10년 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헬스케어업체 임원은 “아직 속단은 이르다. 뭐가 나올지 모른다. 삼성이 혹시 필립스나 도시바를 인수하면 단번에 ‘빅3’에 진입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 독일 베를린 지멘스헬스케어 본사에선 삼성메디슨에 대한 비공개 워크숍이 열렸는데 “삼성이 TV를 만든 지 몇 년 만에 소니를 따라붙었다”며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빠르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고 한다.

삼성의 헬스케어사업은 아직 진행형이다. 잠재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한 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삼성메디슨은 작년 12월 미국 시카고 북미방사선학회(RSNA)에서 지멘스에 상호 프레젠테이션을 제안한 적이 있다. 양측이 학회 행사가 끝난 뒤 상대 부스에 가서 전시품목에 대한 1 대 1 설명회를 갖자는 것이었다. 지멘스는 이를 받아들였고 삼성 관계자들을 상대로 자사의 전시 제품과 기술력을 소개했다. 반대로 삼성도 지멘스 관계자들을 초청, 부스에서 설명회를 가졌지만 초음파진단기 시연 도중 기기가 작동을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올 12월 시카고 RSNA에서 갤럭시 휴대폰과 연계한 초음파기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연말에 첫 작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헬스삼성’이 어떤 기술을 보여줄지 기다려진다.

이준혁 빈/중기과학부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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