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삼중, 구중창… 절묘한 '합창 마술'

입력 2013-03-12 17:07   수정 2013-03-12 22:12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 오페라 '팔스타프'…21일 예술의전당 무대… 바리톤 한명원 열연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농담이고, 인간은 최고의 광대라네….”

지휘자가 지휘봉 대신 휘두르던 연필이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지휘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는 오페라를 끝까지 이끌었다. 수십명의 배우들이 합창하는 것으로 오페라는 끝났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공연예술단체연습동 1층의 오페라스튜디오.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21일부터 나흘간 무대에 올리는 오페라 ‘팔스타프’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장면은 오페라의 마지막 6막으로,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 팔스타프를 골려주는 내용이다. 팔스타프 역을 맡은 바리톤 한명원의 익살스런 몸짓과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팔스타프’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마지막 작품이다. ‘라 트라비아타’ ‘오텔로’ 등 그의 대표적 작품들이 대부분 비극인 반면 팔스타프는 그가 남긴 유일한 희극이다. 경제적으로 몰락한 늙은 뚱보기사 팔스타프가 돈이 궁해지자 유부녀인 알리체 포드와 메그 페이지에게 똑같은 내용의 연애편지를 보내며 일어나는 한바탕 소동을 그렸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 등을 엮어 각색한 것으로 1893년 초연됐다. 눈에 띄는 아리아가 없는 대신 절묘한 중창이 공연 내내 이어진다.

카라얀의 제자인 불가리아 출신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오스트리아의 연기자 겸 연출가 헬무트 로너가 연출을 담당했고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헤르베르트 무라우어가 무대 및 의상을 책임졌다. 팔스타프 역할은 영국 로열오페라극장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앤서니 마이클스 무어와 한명원 안양대 교수가 공동으로 맡았다.

원작은 셰익스피어가 살던 16세기를 배경으로 했지만 이번 작품은 베르디가 작품을 초연했던 시기와 비슷한 1900년대 초반을 무대로 삼았다. 연출자인 로너는 “부유함이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20세기 초반으로 무대를 옮겨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팔스타프 무대에 50번 이상 올랐다는 앤서니 마이클스 무어는 “이 작품은 베르디 오페라 가운데 이례적으로 등장 인물이 아무도 죽지 않는 작품”이라며 “다른 작품의 인물들은 복수나 살인 욕구를 갖고 있지만 팔스타프는 여성과 와인이라는 딱 두 가지 문제만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스타프 역할을 처음 맡았다는 한명원은 “악보가 471쪽에 이르는 대작 오페라인데 아리아가 적은 대신 이중창, 삼중창은 물론 구중창까지 나오는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은 ‘팔스타프’에 이어 내달 베르디의 ‘돈 카를로’를 공연하고, 오는 10월에는 바그너의 ‘파르지팔’을 국내 초연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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