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50년] 싱글족·편의점 늘어나니…'용기면' 급성장

입력 2013-03-13 15:30  

라면은 크게 봉지면과 용기면 두 종류로 나뉜다. 요즘 라면업체들은 이 가운데 용기면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오랫동안 주류를 차지해 온 봉지면 시장이 정체상태인 반면 용기면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서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010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9800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에 봉지면은 1조3400억원에서 1조3500억원으로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용기면은 5600억원에서 6300억원으로 12.5% 성장했다. 이에 따라 봉지면과 용기면의 비중은 2010년 70 대 30에서 지난해 68 대 32로 격차가 좁혀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을 “1인 가구 증가로 간편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식품 구매 패턴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 밖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싱글족들이 손쉽게 찾는 식품이 바로 용기면이다. 라면업체들이 용기면을 지속적으로 고급화하면서 맛과 품질도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용기면 시장의 성장세는 편의점의 급속한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수는 2010년 들어 해마다 20%씩 늘어 작년에는 2만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용기면 매출 가운데 37%가 편의점에서 팔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라면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는 봉지면과 용기면의 비율이 30 대 70으로 용기면 시장이 훨씬 활성화돼 있다”며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 용기면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2년 3월이었다. 삼양식품이 내놓은 ‘삼양 컵라면’이 국내 최초의 용기면으로 기록된다.

조리기구를 쓰거나 설거지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는 획기적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끓이지 않고 3분이면 OK!’라는 당시 광고문구는 용기면의 장점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용기면은 농심 ‘육개장사발면’이다. 1982년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42억개(1조4000억원)에 달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외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 미국 NBC 방송이 “한국에서 미국의 햄버거에 준하는 식품”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용기면의 트렌드는 중량 100g 이상인 대용량 제품의 인기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대용량 컵라면은 1989년 ‘새우탕큰사발’과 ‘우육탕큰사발’이 처음 나온 이후 형성돼 지금은 50여종이 경쟁하고 있다”며 “컵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간식에서 한 끼 식사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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