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풀무원·오뚜기…미국·유럽 유통망 확장
탄생 반세기를 맞은 한국 라면이 올해 더욱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선다. 아시아인과 교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식품으로 만들기 위한 라면업체들의 움직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한국의 라면 수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2억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2010년 1억5720만달러, 2011년 1억8673만달러에 이어 지난해 2억622만달러를 나타냈다. 작년을 기준으로 한국 라면을 가장 많이 사간 나라는 일본(4293만달러)이었고 중국(2864만달러), 미국(2212만달러), 러시아(1327만달러), 호주(1144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라면업계, 공격적인 해외진출 계획
주요 라면업체들의 수출 실적은 최근 몇 년 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신라면’ ‘삼양라면’을 비롯한 전통적인 인기상품 외에 ‘신라면블랙’ ‘나가사끼짬뽕’ ‘꼬꼬면’ ‘기스면’ 같은 제품들이 한류 열풍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심은 수출과 해외법인 판매량을 포함한 해외사업 전체 매출이 2010년 3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4억4000만달러로 25% 늘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의 수출 실적은 2010년 1738만달러에서 2275만달러로 31% 증가했다. 오뚜기는 해외 매출이 100억원에서 220억원으로 늘어났다. 팔도의 해외 매출도 2011년에 전년 대비 27.7% 증가한 450억원, 지난해엔 다시 21.5% 늘어난 550억원을 각각 나타냈다.
라면업체들은 올해 목표 역시 공격적으로 잡았다. 농심은 올해 글로벌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29% 많은 5억7000만달러로 설정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2875만달러를 수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팔도는 신규 진출국을 10곳 이상 개척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넓어지는 대한민국 라면영토
이제는 해외 어디에서도 한국 라면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국내 1위 브랜드인 농심 신라면 수출국은 80여개에 달한다.
미국 월마트·코스트코, 영국 아스다, 일본 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 호주 콜스 등 주요 국가의 핵심 유통망에 입점했다. 외국 식품기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은 이슬람 국가로도 수출길을 텄다.
농심은 이런 점을 활용해 신라면 가격을 기준으로 세계 주요 국가의 구매력을 비교하는 지표인 ‘신라면지수’를 2009년 개발,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맥도날드 ‘빅맥지수’나 스타벅스 ‘라테지수’처럼 신라면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경제·사회적 의미도 갖는 수준의 상품이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라면들은 해외 생산·판매 체제를 갖췄다. 일찌감치 러시아에 진출해 현지 용기면 시장을 장악한 팔도 ‘도시락’은 2008년 이후로는 러시아 물량을 전량 현지 공장에서 공급하고 있다. 농심도 미국과 중국에 생산공장을 지어 ‘신(辛)’ 브랜드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라면업체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마케팅 전략도 글로벌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라면 광고모델의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농심은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에 등극한 싸이를 모델로 기용, 국내뿐 아니라 미주 지역에서도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오뚜기는 ‘기스면’ 모델로 한류스타 박유천을 내세워 일본 등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진정한 ‘글로벌 먹거리’ 되겠다
국내 라면업체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생산·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장, 현지인 공략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인·교민 중심의 라면 수출에서 벗어나 백인과 흑인들도 즐겨 찾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라면시장의 후발주자인 풀무원은 ‘자연은 맛있다’ 3종을 여러 국가 중 미국에 가장 먼저 수출하기 시작했다. 수출용 제품에는 국내용 제품과 달리 고기를 넣지 않아 국물 맛을 보다 깔끔하게 바꿨다.
오뚜기는 올해 미국 수출 목표를 작년보다 20% 이상 많은 500만달러로 잡았다. 한국인 밀집 지역인 로스앤젤레스 위주인 유통망을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텍사스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농심은 일본 업체들이 8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라면시장에서 “3년 안에 2위에 오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2005년 설립한 LA 라면공장 생산라인을 8년 만에 증설한다.
한국 식품의 진출이 다른 대륙에 비해 부진했던 유럽에서도 업체마다 유통망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유통업체는 자국 브랜드와 자체상표(PB) 제품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어 외국 브랜드가 들어가기 쉽지 않다”면서도 “글로벌 진출의 필요성과 유럽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비록 속도가 더디더라도 반드시 뚫어야 할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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