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50년] 하바네로·공화춘…'맛의 원천' 찾아 삼만리

입력 2013-03-13 15:30  

PB라면 개발 과정 보니


조기준 이마트 가공식품팀 바이어는 지난해 가을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앞 한 식당에서 먹었던 코다리찜의 맛을 잊지 못한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극도로 매운 라면’을 개발하라는 특명을 받고 맵기로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다니던 시기였다. 조 바이어는 “매우면서 달콤한 맛이 ‘중독성 있는 매운맛’의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두 달이 넘도록 풀지 못하던 ‘맛 잡기’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조 바이어는 ‘중독성 있는 매운맛’을 찾기 위해 PB 라면 위탁 생산을 맡은 삼양식품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성수동 코다리찜집, 용두동 주꾸미집, 건국대 앞 일본 라멘집 등을 돌아다녔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11월 나온 ‘도전 하바네로라면’이다.

하바네로라면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에 오른 하바네로를 재료로 사용했다. 이 라면이 얼마나 매운지는 매운맛을 나타내는 지수인 스코빌지수로 알 수 있다. 하바네로라면의 스코빌지수는 5940이다. 이 지수가 2000 이하인 일반 라면에 비해 3배가량 더 맵다. 하바네로라면은 지금까지 나온 이마트 PB 라면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GS25에서 판매하는 ‘공화춘’ 시리즈는 1905년 인천 선린동에서 국내 최초로 짜장면을 만들어 판 곳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음식점 공화춘의 메뉴를 본떠 만든 상품이다. 2006년 봄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특산물 산지와 맛집을 찾아다니던 임현창 GS25 상품기획자(MD)는 공화춘의 짜장면을 먹어 본 뒤 짜장라면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임 MD는 위탁 생산을 맡은 팔도 관계자와 공화춘을 여러 번 드나들며 다른 짜장면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는 “분말스프 대신 액상스프를 쓴 것도 공화춘 짜장면과 비슷한 걸쭉한 맛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CU가 지난해 4월 선보인 ‘최효종 백짬뽕’과 ‘최효종 홍짬뽕’은 개그맨 최효종 씨가 상품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CU는 하얀 국물의 백짬뽕과 빨간 국물의 홍짬뽕을 함께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두 가지 상품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할 것이라고 판단,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라는 코너로 인기를 모았던 최씨에게 상품 개발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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