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기업은 지금 日과 짝짓기 중

입력 2013-03-13 19:38   수정 2013-03-14 02:46

SKC, PET필름 제휴…롯데케미칼은 합성고무 협력

단순히 기술만 들여오다 네트워크·마케팅 결합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도




국내 화학업체들이 일본 기업들과 손 잡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거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합성수지, 석유화학 소재, 합성고무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일본 업체와 제휴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SKC는 13일 일본 도요보와 공동으로 중국에서 고기능 PET필름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PET필름은 태양광 모듈, 광학기기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도요보는 SKC가 중국 장쑤성에 설립한 PET필름 공장에 지분 15%의 3대 주주로 참여한다. SKC는 올 상반기 중 중국 공장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박장석 SKC 사장은 “도요보는 열수축용, 광학용 등 PET필름을 세계 최초로 상업화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라며 “SKC의 해외 판매망과 도요보의 기술을 결합해 2015년까지 한국 미국 중국 등에서 연 30만의 PET필름 생산체제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일본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금호석유화학과 LG화학이 양분하고 있는 합성고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회사는 일본 우베흥산, 미쓰비시상사 등과 공동으로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부타디엔 합성고무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현지법인인 롯데케미칼타이탄이 원료인 부타디엔을 공급하고 우베흥산이 기술을 제공한다. 롯데케미칼은 2014년부터 타이어와 신발용 합성고무를 연 5만씩 생산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부타디엔 합성고무는 열과 마모에 강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합성고무 시장 진출로 회사의 사업구조도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화학소재 분야에서도 일본 기업들과 짝짓기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SK케미칼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PPS 공장을 울산에 짓기 위해 일본 데이진과 지난 2월부터 합작법인 설립작업을 진행 중이다. 총 2300억원을 투자해 2015년부터 연 1만2000씩 생산한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작년 말부터 미쓰비시레이온과 함께 탄소섬유 중간재 생산도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SK루브리컨츠는 일본 최대 정유사인 JX에너지와 손잡았다. SK종합화학은 JX에너지와 함께 울산에서 폴리에스테르 원료인 파라자일렌(PX) 공장을 짓고 있다. 총 1조원의 사업비를 두 회사가 절반씩 부담했다. 연 100만급 생산 규모로 내년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간다. 윤활유 사업을 하는 SK루브리컨츠는 JX에너지와 공동으로 윤활기유 제5공장 신설을 최근 마무리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7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화학 기술이 앞서 있다”며 “과거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단순히 기술만 도입하던 것과 달리 최근엔 일본의 기술과 한국 회사들의 해외 네트워크, 마케팅 능력 등을 결합해 공동으로 신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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